표준계약서를 만들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표준계약서 내용을 두고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당사자와의 협의도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퀵서비스·대리운전·소프트웨어개발 직종의 표준계약서가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해 7월11일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어 특수고용직 3개 직종 표준계약서를 연말까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보험설계사·대출모집인 등 12개 직종에 보급된 표준계약서를 15개 직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획은 어긋났다.

당정청은 지난 15일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공정경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3개 직종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7월 계획을 재탕한 셈이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배달기사·보험설계사 등 직종의 표준계약서에 노무 제공의 기본원칙이 반영되도록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미 보급된 표준계약서에 미흡한 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위촉계약유지 기준을 회사가 정하도록 하거나, 계약 해지시 잔여수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등 노무 제공 기본원칙이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노무 제공시간과 휴업 관련 사항, 보수 결정에 있어서 대등성의 원칙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 특수고용 직종을 담당하는 부처에 표준계약서 재정비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작성·개정 등 노동조건 전반을 논의하는 당사자들 간 대화도 원활하지 않다. 서비스연맹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표준계약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새로운 대책은 나오지 않고 기존에 하겠다고 한 약속들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며 “노동부는 정부 발표가 헛 약속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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