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을 찍은 유권자 269만명 중 97만명은 4년 전 정의당을 선택하지 않은 새로운 투표집단이다. 이들은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거대 여야 정당을 제치고 왜 힘없는 소수정당인 정의당을 찍었을까. 양당이 싫어서라기보다는 ‘양당이 아닌 대안’으로서 정의당을 선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당이 앞으로 대안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정의당 선택한 신규 투표집단 97만명=이날 주제발표를 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 총선 투표자수는 2016년에 비해 470만명 늘었다”며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21대 총선 투표자는 2천912만6천396명으로 20대 총선 2천443만746명에 비해 469만5천650명 늘었다. 올해 투표자의 16.1%에 해당한다. 이들은 올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18~22세 유권자와 2016년 선거에서 기권했다가 올해 참여한 유권자다.

정당투표 득표수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계열(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2016년에 비해 475만131명(43.9%) 늘었고, 정의당은 97만8천65명(36.3%) 증가했다. 미래통합당 계열(미래한국당·박근혜계열 4개당)은 176만7천827명(17.1%) 증가에 그쳤다.

서 연구원은 “각 정당의 지지층 구성의 변화량은 크고 과거와는 다른 지지층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유의미한 규모의 새로운 투표집단이 선거에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유의미한 지지기반 증가현상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인간적인 미래’ 대안 제시할 수 있어야=그는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 투표층에 대해서는 ‘누가’보다는 ‘왜’가 중요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정책이나 공약, 메시지가 유권자에 전달되지 못한 선거였는데도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해석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정의당 득표에 대해 “투표자들이 정당체체적 수준에서 전략적 사고를 한 결과”라는 추론을 내놓았다. 그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거대 양당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정당체제적 수준에서는 ‘진보정당 계열 3당이 필요하다’며 지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안’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 연구원은 “양당이 아닌 대안에 대해 시민들이 원하는 비전과 가치에 집중하는 해석이 필요하다”며 “민주노동당이 과거 분열해 지지층에게 대안을 박탈했던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시장과 사회 변화에 대한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의 대안을 시민사회와 함께 발굴·확산해 가면서 ‘보다 빠른 미래, 보다 인간적인 미래’를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래로부터의 정치, 가난한 정치로 전환해야”=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용신 교육연수원장은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으로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한 전략은 실패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적 실리보다 당의 정치적 전망과 정체성, 독자 성장발전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대근 우석대 국방정책대학원 교수는 “정의당의 정치적 성장이 멈춘 원인은 (외부적) 단발적 사건 때문이 아니라 정당 재정렬의 역사적 물결에서 제 위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아래로부터의 정치, 가난한 정치로 전환하고 리더십의 전면 재편 등 당의 창조적 파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번 총선에서의 실패를 잘 극복하고 9.67%에 담긴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혁신을 통해 풀어 가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며 “과감한 혁신과 쇄신을 통해 더 강하고 유능한 대안정당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21대 총선 평가와 당 혁신기구 구성에 관한 안건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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