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1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2018년에 고용보험 가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부위원회인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특수고용직·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을 의결하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환노위는 예술인만 포함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은 폐기했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은 “특수고용직은 너무 범위가 커서 오늘 통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했지만 오해와 억지에 불과하다.

첫째, 고용보험위 안은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진짜 자영인이 아니라, 타인의 사업을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무제공자가 적용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령으로 그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2년 전에 노·사·정 대표자가 모인 고용보험위에서, 보호 필요성·관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한 바 있다. 특수고용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준비가 안 돼 있을 뿐이다.

둘째, 보수야당과 언론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면 재정이 위태로워질 것처럼 오도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고용보험위 안은 특수고용직의 경우도 근로자와 똑같이, 노무제공자와 그들을 사용하는 사업주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즉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보험료를 내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용보험위 안은 특수고용의 경우 근로자보다 더 오랜 기간인 12개월치 보험료를 실직 전에 납부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더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억측이다. 고용보험위 안은 특수고용직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 기준으로 실업급여를 받게 해 놓았다. 즉 보험료를 많이 내면 실업급여도 많아지고 보험료를 적게 내면 실업급여도 적어진다. 게다가 실업으로 인정된 경우에도 4주의 대기기간(근로자는 7일) 이후에야 실업급여를 받게 하는 등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 놓았다.

결국 환노위가 특수고용 노동자를 배제한 진짜 이유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 반발에 있다고 하겠다. 임이자 의원을 포함한 보수야당 의원들은 예전부터 “특수고용은 자영인인데 왜 이들과 거래하는 사업주가 보험료 등 책임을 분담해야 하냐”는 보험업계 등의 주장을 대변하며 사회보험 적용 확대에 반대했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를 사용해 이윤을 얻는 사업주가 그에 합당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처럼 진짜 사용자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위기를 맞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진짜 사용자들은 호황기에는 최저 노동기준도 아랑곳없이 이들을 활용해 이윤을 얻고, 경제위기시에는 아무런 보상도 책임도 없이 이들을 내친다. 지금 특수고용·비정규 노동자의 생계지원을 위해 정부가 지출하고 있는 막대한 재원은 결국 납세자 부담이다. 불안정 노동자를 활용하는 사업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납세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끝으로 고용보험 가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고용보험위에서 2018년에 의결한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법안을 2년 가까이 논의도 하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다루고 끝내는 고용보험위 안을 폐기한 정부·여당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정치권이 노·사·정이 합의한 법안을 이렇게 가볍게 폐기하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21대 국회는 고용보험위 안을 기초로 특수고용 고용보험 적용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