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용하는 심의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사용자단체에만 주면서 노동계가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을 내고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40조원의 자금이 보관된 금고 열쇠를 기업 손에 쥐어줬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약 4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하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가 2명,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장관,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회장, 대한상의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한데 당초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에는 대한상의 회장이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위원 1명을 추천하는 권한을 줬다는 게 민주노총 설명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간 기금운용심의위에 노동자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조 추천 권한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재계 민원을 담당하는 대한상의에만 해당 권한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고도 정부가 해고금지·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하겠다는 거냐”며 “정부가 진정 노동자를 살리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노조 대표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산업은행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산업은행법에 고용총량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페널티를 줘 위기 때 기업만 살리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대로 즉각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을 자금지원 조건으로 삼았다. 정부는 기금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에 ‘고용총량의 90%를 유지하라’는 고용안정 기준을 제시했지만, 각 산업별로 조정 가능성은 열어 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