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의 일환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예술인 등 프리랜서 노동자, 배달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은 미래의 구직급여보다 당장의 휴업수당과 해고금지가 필요하다.

고용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해고나 권고사직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고용유지가 어려운 사용자에게 권고사직 선택의 유혹만 높여 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실제 코로나19 국면에서 사용자들은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강요했고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권고사직을 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권고사직을 하게 되면 구직급여가 지급되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구조조정 방법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해고나 다름없다. 고용보험 전면적용에 앞서 고용유지를 위한 한시적 해고금지 조치 등이 필요한 이유다.

적용 대상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굳이 노동자들을 구분해서 적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확대 적용이 먼저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특수고용 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본인이 원할 경우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고, 보험료의 50%는 본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보험료는 현재도 일정 부분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산재보험과 같이 적용 제외라는 단서조항이 생기면 전 국민 고용보험의 취지는 그만큼 퇴색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모든 노동자에게 구분 없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이 확대돼야 한다. 직접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노동자성 판단기준, 그리고 무엇보다 고용노동부의 판단지침이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해서 변경될 필요가 있다.

당장 어제만 해도 고용노동청 민원실에서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온 배송기사님을 상담했다. 형식적으로는 지입차주로 계약을 하고 사업자번호도 있지만 실질은 출퇴근 제한을 받고, 회사에서 지정한 곳으로만 배송을 가는 등 업무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유류비와 식대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필수적인 경비는 모두 회사에서 지급했다. 민원실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씀해 주신 것으로 이해되지만 노동자성에 대한 노동청의 판단이 전향적으로 변경돼야 한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근로기준법·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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