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 4. 2. 선고 2018구합83444 판결

1. 서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학습지 교사들의 근로자성은 이미 재능교육 소속 학습지 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학습지 교사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확인됐다고 해서 모든 학습지 교사들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학습지 회사들은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며 노조의 교섭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대상판결도 대교가 재능교육 판결을 단지 ‘재능교육’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특수한 사건으로 치부하며 학습지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아 노동위원회 시정신청을 거쳐 행정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된 사안이다.

2. 주요 쟁점에 대한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대교의 주장

대교는 대교와 재능교육 소속 학습지 교사들이 경제적 종속성과 업무형태, 업무이동의 자율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대교 소속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능교육 사건과 가장 큰 차이는 내방형 교사들의 존재였다. 내방형 교사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공간을 임대해 위탁사업을 수행하고, 보조교사를 채용해 보수 지급의 책임도 부담했다는 점에서 독립 사업자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학습지 교사들은 근무시간 조절을 통해 겸업을 수행할 수 있고, 실제 많은 학습지 교사들이 겸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추측하건대 이러한 이유로 존속기간이 역시 길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조법상 근로자로서 보호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 학습지노조의 주장

학습지노조는 재능교육과 대교의 학습지 교사 근무실태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겸업과 관련해 대교는 원칙적으로 겸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실제 겸업을 한다고 응답한 학습직 교사들의 숫자가 매우 적은 점에 비춰 볼 때 특정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부인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학습지노조는 오히려 대교가 계약조건에 대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었으며 매우 세부적인 업무수행 방법까지 지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회원관리 방법이나 교육방식에 대한 교육·관리가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매년 학습지 교사들의 재계약 심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대교의 상당한 지휘·감독권 행사를 주장했다. 이러한 노무제공 실질에 비춰 보면 학습지 교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로서 노동 3권을 보호받아야 할 주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3. 판결의 요지

법원은 학습지 교사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대교의 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학습지 교사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판단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학습지 교사들은 대교에 주로 의존해 기본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고 봤다. 학습지 교사는 1주일 중 4일 이상 회원을 방문하는 등 상당 시간을 학습지 교사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일부 교사들이 겸업을 하고 있으나 주된 소득을 얻기 위한 직업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둘째, 대교와 학습지 교사 사이에 체결하는 위탁사업자 계약은 대교가 미리 마련한 계약서 양식에 학습지 교사가 서명하면 체결되는데, 대부분 원고 회사가 미리 정한 계약서 양식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교의 계약내용 일방결정권을 인정했다.

셋째, 학습지 교사의 재직기간은 평균 1·2년으로 노무 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이라고 봤다.

넷째,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교는 학습지 교사들에게 회원가입과 탈퇴 관련 목표 할당량을 하달하고 관리한 것으로 봤다. 구체적인 회원관리 방법을 교육했고 관리자가 수업 진행을 참관하거나 수업 진행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관리·감독이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다섯째, 학습지 교사들의 업무는 원고 사업수행에서 필수적이며 실질적으로 원고를 위해 근로자로서 노무를 제공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봐 학습지 교사들의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여섯째, 학습지 교사 등은 원고 회사에 상당히 전속돼 있고, 위탁사업자 계약은 원고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또한 원고에게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학습지 교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서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4. 법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대한 검토

대법원은 재능교육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노동 3권 보호의 필요성이 있으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직접계약관계를 전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해 경제적·조직적으로 종속관계인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적 고려’ 원칙은 판단 요소로 모두를 충족해야만 노조법상 노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주목하면서 개별 사건에서 노무제공의 실질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방송연기자·코레일 매점운영자·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모두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했다. 위 사안들은 상이한 업무 성격, 수행방식을 갖고 있었으며 소득 의존성이나 계약내용의 일방결정성, 전속성, 지휘·감독체계, 수입의 노무제공 대가성 같은 지표에 다소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해당 노무 제공자의 전체적 노무제공 실질을 따져 경제적·조직적으로 종속돼 있는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5. 결어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사용종속관계의 정도’에만 두고 협소하게 판단하는 경향에서 탈피해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기초한 경제적·조직적 종속성 정도를 유연하게 봐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본 대상판결 역시 최근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맞춰 비록 겸업을 하는 일부 학습지 교사가 존재함에도 대부분의 학습지 교사들이 대교와의 계약체결 과정 및 업무수행 과정에서 대교의 지휘·감독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매우 타당하고도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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