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참사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산업재해 발생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익스프레스가 발주하고 ㈜건우가 시공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29일 화재 참사로 하청업체 소속 건설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사망 원인진단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금까지는 산재사고가 나도 현장관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그치거나, 법인·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더라도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처벌이 아니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기업법인과 최고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단 한 번도 심의되지 못했다.

고 김태규씨 사망사건에서도 발주·시공업체 대표 불기소

이날 오민애 변호사(민변)는 “현재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산재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하위직만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산재사고 발생시 대규모 사업장은 통상 현장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따라 대표이사 등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시 검찰 처분단계에서 책임을 물을 대상자가 결정되는데, 실제 총괄책임자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기소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도 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검찰의 불기소처분 뒤에는 항고-재정신청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불기소처분이 번복될 가능성이 낮고, 처리기한도 따로 없어 비용부담이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기소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약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 노동자 사건에서도 검찰은 발주업체와 대표이사, 시공업체 대표·임원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현장소장과 담당 차장만 기소했다. 유족과 시민들은 항고했지만 기각돼 재정신청을 했다. 오 변호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산재예방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강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형량보다 누구를 향하느냐가 핵심”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형량을 얼마나 높이느냐보다는 누구를 처벌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급 관리자 형량을 높이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과 법인 최고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며 “한익스프레스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도 명명백백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나 검찰에서 발주자도 (감독·조사) 대상으로 보겠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지만, 노동계나 언론이 끝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발주자는 빠져나갈 것”이라며 “발주자가 제대로 조사받고 처벌받는지, 공사기간 동안 발주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계속 묻고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올해를 입법 원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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