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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박옥이씨의 수난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아진테크 고발 “직장내 괴롭힘 유발·방조·묵인”

“손가락이 아파서 클립을 끼우기가 어려운데, 빨리빨리 안 끼운다고 뭐라고 해요. 제가 클립을 다 끼우지도 않았는데 범퍼를 들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옆에서 저 들으라는 식으로 혼잣말로 욕도 해요. 그럴 때마다 한없이 위축되죠.”

지난 2월 한국지엠 부평1공장 범퍼서브장에 “할 수 있는 일을 시켜 달라”는 호소문을 붙였던 여성노동자 박옥이(55)씨는 1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본지 2020년 2월19일자 2면 ‘박옥이씨는 왜 한국지엠 부평1공장에 손자보를 붙였나’ 참조>

공정에 적응할 시간도 안 주고 ‘일 못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2차 하청업체인 아진테크는 지난 1월 여성노동자가 하던 랩가드 공정이 없어지자, 남성 작업자도 하기 힘든 범퍼조립 공정에 박씨를 전환배치했다. 당시 회사가 박씨의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힘든 공정에 배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실제 박씨는 전환배치 후 20여일 동안 8시간 고정으로 15킬로그램 상당의 범퍼를 옮기는 업무를 하다 손목·손가락·허리 등을 다쳤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는 박씨 부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산재승인 후 회사는 9개 공정 중 범퍼를 들어서 옮기는 작업이 포함된 4개 공정에서 박씨를 제외했다. 한 달간(2월12일~3월17일)의 요양기간에 무급병가를 붙여 쉰 박씨는 4월1일부터 범퍼를 들지 않아도 되는 나머지 공정(에어건으로 피스 고정하기, 클립 끼우기, 배선 설치, 센서등 끼우기)에 배치됐다. 그런데 박씨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통 한 공정당 최소 2주를 교육기간으로 두고 숙련자와 비숙련자가 함께 작업하며 비숙련자가 공정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데, 박씨의 경우는 달랐다. 박씨에게는 한 공정당 적응시간을 이틀 혹은 사흘밖에 주지 않았다. 하루 서너 시간 작업을 가르쳐 준 뒤 곧바로 혼자 일을 하도록 시킨 경우도 있었다.

당연하게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박씨에게 동료들의 눈총과 구박이 따랐다. 박씨가 클립을 채 끼우지도 않았는데 범퍼를 들어서 옮기고, 클립을 끼우러 다른 공정 작업대로 쫓아가면 불만을 표시하는 식이다.

한 달 만에 또 ‘묻지마’ 전환배치

아진테크는 지난 7일 박씨를 지금까지 했던 공정과 완전히 다른 ‘커버말이’(범퍼커버를 벗긴 후 접어서 밖에 쌓아 두는 공정) 공정으로 전환배치했다. 한 달간 시간을 줬는데도 박씨가 작업속도를 못 따라가 다른 작업자들의 불만이 극심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씨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

2018년 아진테크와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간 맺은 노사합의서에 따르면 휴직·전직·전환배치·징계·해고 등 조합원 인사에 대해서는 사전에 지회와 합의해야 하지만, 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박씨는 “충분히 가르쳐 주지도 않고 제가 적응을 못한다고만 하니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씨와 지회는 전환배치에 항의하며 지난 7일 오전·오후 각 2시간씩 파업하고, 대표이사를 항의방문했다. 당시 면담에서 서범수 대표이사는 “전환배치된 곳에서 일단 1주일은 일을 해 보라”며 “직장내 괴롭힘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고 지회는 전했다.

지회는 지난 8일 아진테크를 근로기준법 76조의3(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 위반 혐의로 중부지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고발하고, 부당인사이동·노사합의서 불이행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는 남성작업자도 하기 힘든 공정에 여성작업자를 전환배치한 뒤, 작업속도를 못 따라가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따돌림·모욕·비하 등 직장내 괴롭힘을 유발·방조·묵인했다”며 “13일 아진테크와 교섭에서 문제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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