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1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3년 “해고를 금지하라, 일터의 죽음을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계 위기에 놓인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대책을 발표했지만 노동자들의 쓴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특별연설 하루 만에 정리해고자가 발생하고,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21대 국회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기념사는 수사”

아시아나항공 하청의 하청기업인 ㈜케이오(KO)는 11일 노동자 8명을 정리해고했다. 케이오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기내 청소와 수하물 분류작업을 하는 업체다.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이날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노진 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는 “(아시아나항공에) 3조3천억원의 지원금을 쏟아부었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 노동자 8명의 정리해고를 막지 못했다”며 “비정규직은 기업과 정규직 보호를 위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기노진 회계감사는 이날 정리해고된 케이오 노동자 8명 중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해고금지를 전제로 한 기업지원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기 회계감사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기념사는 수사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선도형 경제? “안전부터 ‘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동계는 후진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한 해 1천명에 가까운 수준이던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산재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800명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조현철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이사장은 같은날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연설에서 무려 11번이나 반복한 ‘선도’라는 말이 무엇보다 ‘노동’과 ‘안전’에 적용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한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는 “지난 2일 이천 참사 유가족을 만났는데 또다시 태규 생각이 나 잠을 못 자고 있다”며 “이제는 처참한 죽음의 행렬을 막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흐느꼈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약속 지켜라” 

고용안전망 바깥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특수고용 노동자와 예술인까지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노동 3권 보장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여부는 21대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외면하는 동안 250만 특수고용직·문화예술·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생계 위기에 내몰렸다”며 “(특수고용직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또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웅·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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