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국회정보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사무처가 국회정보시스템 위탁운영과 관련한 사업비 계획안 내역을 비공개하기로 재차 결정했다. ‘경영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다. 국회가 ‘깜깜이’ 운영을 하며 ‘투명한 국회’ 또는 ‘열린 국회’라는 홍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업무를 다단계 쪼개기 방식으로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업체 중간수수료 명목의 예산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 노동자들은 국회의 정보기기와 관련된 업무를 한다.<본지 2020년 4월17일자 4면 ‘전산업무 하청에 재하청 쪼개기로 외주화한 국회’ 참조>

조달청은 “업체가 비공개 요청”

민주연합노조는 지난 3월 국회사무처에 국회정보시스템 위탁운영 3개년 사업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사무처는 부분공개 결정을 하면서 구체적 사업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산출내역을 큰 항목별로만 공개하거나, 일부는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달 2일 “비목별 자세한 계산 내용”을 달라고 국회사무처에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10일 노조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사업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비공개 대상”이라고 최근 회신했다. 노조가 두 차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시설·장비 유지비 구성내역 중 △국회정보시스템 18억9천409만4천812원 △서버·네트워크 장비 12억4천715만9천349원같이 큰 항목별 내역만 공개했다.

조달청 정보공개 청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노조는 지난달 1일 조달청에 같은 내용의 국회정보시스템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조달청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조달청은 “3자(용역업체)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용역업체가) 비공개 요청을 함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조달청이 비공개 근거로 제시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11조에는 “공공기관은 공개 청구된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3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9조에 따르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주식회사인가”

노조는 국회사무처와 조달청의 비공개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3자 의견청취는 공공기관이 3자와의 관계에서 거쳐야 할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피청구인이 3자의 의견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또 행정절차법 23조에 따르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지만, 국회나 조달청은 정보의 어떤 내용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내용이나 근거 제시 없이 비공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청구한 정보가 영업상 비밀에 관한 정보라 하더라도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공개될 경우 법인들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하지만 노조가 청구한 정보는 공개된다 해도 3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 예산을 심의하고 배정하는 국회가 정작 내부 예산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가 겉으로는 ‘열린 국회’를 표방하면서 정작 국민 혈세와 직결된 정보들을 비공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2018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비롯해 내부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겠다며 ‘정보공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정보공개포털인 ‘열린국회정보’ 홈페이지를 통해 “열린국회정보는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어, 국회의 모든 정보를 국민 여러분과 나누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김인수 노조 조직실장은 “국회가 보여주기식으로 ‘열린 국회’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 전산업무 운영비 내역이 ‘영업비밀’이라고 하는데 국회가 주식회사도 아니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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