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투입은행 정부주도로 묶어 금융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마지막까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틴 것은 금융지주회사법이었다.

정부는 법 제정을 유보한다면 2차 금융구조조정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정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는 있지만, 대타협에는 시간일 뿐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에 대해서는 일단 양쪽이 공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면 금융기관들은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은행, 증권사 등을 묶는 방식으로 겸업화와 전문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처리방향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노조와 파업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2차 금융구조조정의 밑그림을 밝혔다.

다른 은행은 시장에 맡기고, 공적자금 투입 은행만 정부 주도로 금융지주회사 아래로 묶는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부실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도 자구노력을 통해 독자생존을 하겠다고 주장하면, 계획의 타당성을 따져 일정기간 지주회사 아래로 묶는 것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3개중 2개 은행은 이대로 두면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해, 최소한 2개 은행만이라도 지주회사 설립 방식으로 통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예금부분보장제가 실시되는 내년부터는 금융기관간 경쟁이 격화될 것인만큼 부실은행의 독자생존 계획을 정부가 쉽게 승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어내면 경쟁력이 높아져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쉬워지고, 다른 은행들에도 자율적 합병을 압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기대가 그대로 현실화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하나로 묶으면 기업금융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정부 소유 거대은행이 탄생하게 돼 `관치금융'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는 불보듯하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금융지주회사법은 필요한 만큼 이런 문제라면 공정거래법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실제로 지주회사로 묶으려고 할 때 고용문제가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이런 방식으로 묶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방식의 통합이 `덩치만 커질 뿐 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금융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 여전히 만만찮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