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천물류창고 화재 참사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화성 물질인 페인트 공사를 하는데 동시에 (같은 곳에서) 배관 파이프를 자르거나 해요. 그럼 불티가 발생하잖아요. 밀폐된 공간에서는 유증기가 남아 있어서 폭발 가능성이 항상 있는 거죠.”

30년 가까이 건설현장에서 용접·설비 노동자로 일한 이승무(62)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배관분회장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 건설현장의 고질적 안전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다 이천 참사로 숨진 38명 중 한 노동자와는 3~4년 전에 현장에서 만나 알고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3일 다른 2명의 건설노동자와 함께, 숨진 노동자를 조문하기 위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방문했다. 그는 “화재·폭발성이 있는 페인트 공사와 용접작업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며 “목숨을 담보로 하는 현장 작업 문제를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맹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천 화재참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재사망 발생시 형사처벌 하한형 도입 △중대재해 건설사 입찰제한 △안전보건 노사협의체 설치 의무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노동계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대형창고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10월 부산 냉동창고에서도, 2008년 1월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도 화재로 각각 27명·40명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경위도 비슷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인화성 물질 농도가 높아지며 불이 나 참사로 번졌다.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하는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건설사는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값싼 자재를 쓰고 공사기간을 줄이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동시작업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승무 분회장은 “마감을 앞둔 공사현장이나 개·보수 작업현장에서는 페인트·설비·소방공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강한수 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2008년 사고 때 건설사가 시키는 작업만 할 수밖에 없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화재사고 책임을 물었다”며 “노동자가 아니라 건설사가 분명히 책임지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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