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7.7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민주노총 법률원의 노동자이야기
노동자 권리구제 위해 임금채권 소멸시효 제도 개선해야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A씨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상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하면서 이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은 하나도 지급받지 못했다. 그는 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고, 근로감독관은 수개월에 걸쳐 대질조사를 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뒤 마침내 ‘임금체불이 맞다’며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진정을 접수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꼬박 1년 가까이 걸렸다. A씨는 이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사용자는 여전히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텼다. A씨는 노동청에서 발급한 체불임금확정증명원을 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용자측에서 ‘청구금액 일부는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인 2019년에서 역산해 3년 안에 발생한 연장근로수당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A가 청구하는 연장근로수당은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발생한 것이므로, 소멸시효 만료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해당 금액의 절반가량은 더 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

어떤 사람이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고 방치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한다. 이것을 소멸시효라고 부른다. 이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적 이념을 반영한 제도로서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형성된 평온 상태를 보호한다는 것에 그 취지가 있다.

민법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정한다. 다만 모든 채권에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의 종류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은 각각 달리 정해지는데, 특히 임금채권의 경우는 그 소멸시효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근로기준법 49조) 그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즉 임금채권의 경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던 날(월급제의 경우 해당 월 급여 지급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소멸시효 진행은 중단되기도 한다

다만 소멸시효 기간의 진행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그 권리의 이행을 청구했다면, 그 소 제기 시점에 소멸시효 진행이 중단된다. 일단 소멸시효가 중단됐기 때문에, 설령 소송이 길어져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더라도 소멸시효 때문에 돈을 못 받게 되는 일은 없다.

이와 같이 법에서 정한 소멸시효 중단 사유는 세 가지다. 노동자가 임금채권을 재판상 청구한 경우, 임금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를 한 경우, 사용자가 임금채무를 인정한 경우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런데 노동자가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하는 행위에는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다. ‘재판상 청구’를 해야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데, 노동자가 근로감독관에게 임금체불로 진정을 하거나 형사고발·고소를 하는 것은 그 ‘재판상 청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 단계에서 임금 지급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 사이에 시일이 많이 소요돼 버렸다면 소멸시효 만료로 인해 청구 가능한 액수가 점점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제도 개선 필요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 보통 일반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임금체불 진정만 거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분쟁 해결 절차가 길어질수록 금전적·시간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스트레스가 발생하기도 하니, 임금노동자 입장에서는 곧장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할 것이다.

소멸시효 제도 그 자체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은 반드시 권리자의 권리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소멸시효 관련 제도하에서 임금노동자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지만, 과연 A씨 같은 사례를 두고 ‘권리 위에 잠잤으므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노동자 권리구제라는 관점에서 가뜩이나 짧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임금체불 진정의 소멸시효 중단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김하경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하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