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7월 정규직 되는 날만 기다렸어요. 역량진단과 최종면접을 치러야 한다고 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과정이고 형식적인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병원측 말만 믿고 있었는데…. 역량평가 단계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어요.”

이지영(55·가명)씨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용역업체 노동자로 6년째 일해 왔다.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전인 2017년 7월20일 이전 입사자로 제한경쟁채용(서류전형-역량진단-최종면접)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병원은 이씨에게 이메일을 통해 역량진단 불합격 소식을 전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였던 이씨는 6월30일 계약이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씨는 “최소 4년부터 많게는 10년까지 근무 잘 하던 사람을 역량진단시험 하나로 실직자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10문항 40분 안에 풀라?

5일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분당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이씨를 포함한 제한경쟁채용 탈락자는 현재까지 30명이다. 최종면접 과정에서 추가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회 관계자는 “병원은 공개경쟁의 경우는 외부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제한경쟁 대상자는 100% 고용보장이 된다고 이야기해 왔다”며 “병원은 제한경쟁 과정 중 발생한 탈락자에 대한 구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 역량진단시험이 정규직 전환자를 선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환 대상자 중 50대 고령노동자가 적지 않지만 역량진단 시험은 3월29일 재택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학균 서울경기지부장은 “제한경쟁 절차에서 역량진단시험을 본다고 할 때 이 같은 문제가 생길까 봐 우려했다”며 “컴퓨터 조작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210문항을 40분 안에 풀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영씨는 “컴퓨터를 자주 다뤄 본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하는 건데 읽고서 바로 답하기 쉽지 않았다”며 “160번을 풀었을 때는 2~3분밖에 남지 않아 다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장상까지 받았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니”

역량진단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김세진(33·가명)씨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병원 내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병실·검사실 등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송팀장 추천으로 지난해 병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이씨처럼 역량진단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세진씨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수년 동안 일할 수 있었겠냐”며 “무슨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간호보조사원·이송요원·미화원 등 파견·용역 노동자 450명으로 구성된 분회는 지난해 11월7일부터 33일 동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했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 노사는 파견·용역 노동자 투표를 거쳐 자회사 전환이 아닌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이후 2017년 7월20일 이전 입사자는 제한경쟁채용을,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채용 절차를 밟기로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측은 “(제한경쟁의 경우) 병원에서 무조건 다 100% 채용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한경쟁은 말 그대로 기존에 있던 사람들 안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고, 공개경쟁은 외부 사람들까지 다 해서 공개경쟁을 하는 것일 뿐이지, 채용절차가 있으니 그 단계는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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