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웅 기자

저비용 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이 발생했다며 인력감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 3월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1천600여명 중 45%를 구조조정하려 했으나 현재 구조조정 인원을 22%로 줄이고 전 직원 임금을 30%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임금을 제일 많이 받는 조종사들이 고통분담을 할 테니, 다른 직군들도 다 같이 가자는 말입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일 오후 만난 박이삼(50·사진)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조는 현재 조종사 임금을 동결하고 거기서 또다시 30% 임금삭감을 할 테니 정리해고 인원을 최대한 줄이자고 제안했다. 인터뷰는 서울 강서구 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이스타항공이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했다.
“노동자와의 합의를 어기고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과 인수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지를 했다. 고용승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업계가 어려워지자 지난 2월23일 우리는 임금을 75%로 삭감하자는 특별임금교섭을 했다. 사측은 2월 임금을 40%만 지급했고, 3·4월 임금은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사측 인사는 2월21일 2월 급여를 다 맞춰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 노조에서 임금삭감안을 제안한 이유는.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조종사들이 더 많이 고통을 분담할 테니 정리해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상황만 버티면 회생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측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제주항공 매각을 위해서라고 판단한다.”

이스타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7월과 9월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12월에는 항공기 23대를 보유했다. 그런데 경영진은 지난해 12월 제주공항과의 매각 MOU 체결 이후 항공기 6대를 반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달 리스 만료 기간이 최대 2024년까지 남아 있는 항공기 5대를 반납했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20일 리스계약이 끝나는 항공기를 반환하면 이스타항공 보유 항공기는 13대가 된다. 반환했거나 반환할 비행기 10대에서 일하는 사람은 750여명이다. 사측의 정리해고 원안 45%와 같다.

-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리해고를 협의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자대표 선정기준이 잘못됐다. 근로자대표는 직무별로 한 명씩 나온다. 정비·객실승무원·영업운송·직할·운항이다. 운항은 조종사가 들어가야 하는데 운항사무실에 있는 일반 사원이 조종사 대표로 들어갔다. 노조 입장은 반영되지 않는다. 사측은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전직원 과반이 아니니 대표성이 없다고 한다. 5월1일 기준 조종사 262명 중 222명이 조합원이다. 조종사대표로 발언하고 의결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 노사협의회에는 사측 대표 1명과 근로자대표 4명에, 박이삼 위원장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5+1 체제로 운영한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의 끝에 참석권과 발언권을 얻었다. 의결권은 없다.

- 노동자들이 3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 일용직 일을 한다. 택배·건설현장 등에서 일한다. 여성들은 그나마도 할 수 없다. 현재 항공업계 상황에서 이직은 거의 불가능하다. 항공기 운영 대수를 줄이는 상황이라 인력공급 과잉상태다.”

- 다른 항공사에도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나.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차관이 저비용 항공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공사 간 구조조정은 적극 권장한다’고 했다. 이스타항공에서 일어나는 정리해고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웨이·에어서울 등도 합의 없는 정리해고 상황이 올 수 있다.”

- 정부는 LCC에 3천억원 금융지원을 하고, 항공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노동자에게는 무의미한 지원이다. 코로나19로 대량실직이 이어진다. 노동자는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휴직수당도 받을 수 없다. 항공사 경영진, 인수기업에 지원하는 건 현재 상황을 막을 수 없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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