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과 시민 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노동자 건강권운동 영역에서 2006년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소개되고, 해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고발도 하고, 법 제정 요구도 했다. 민주노총은 2011년부터 ‘하청산재 원청의 책임과 처벌강화’를 핵심 요구로 정하고 벌써 10년째 산재사망 처벌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에는 법률·건강권 단체와 연구팀을 만들어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안을 준비해서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고, 다른 의원들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회 법안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산재사망뿐 아니라 반복적인 시민 재해에 대한 기업과 공무원 책임자 처벌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자각으로 4·16연대 내 노동·인권·법률·건강권 단체가 세월호 유족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 재난참사 유족들과 간담회와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1천7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입법청원을 했고, 2017년에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심의도 없이 법안은 또다시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지난 3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2020년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원년으로’라는 기치를 걸고 ‘노동자·시민이 만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운동’을 결의했다. 이 운동은 수년 동안 법 제정 운동을 함께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의 유족·노동·건강권·법률·인권단체와 함께 결의한 사업이다. 그간의 운동을 더욱 깊이, 더욱 넓게 확대해 ‘실질적인 입법 쟁취’로 나아갈 것이다.

‘노동자·시민이 만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운동’은 입법촉구 서명방식의 참여를 넘어서고자 하는 운동이다. 입법발의자가 돼 소속 사업장과 각 지역에 법 제정 필요성과 내용을 알리는 공연, 모의법정, 유족과의 간담회 등을 열어서 더 많은 입법발의자를 조직하는 주체가 되는 운동이다. 이번 1차 입법발의가 기폭제가 돼 사업장의 조합원 집단 입법발의자 동참, 지역의 법 제정운동 기구 발족 등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운동이다. 올해 하반기 21대 국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정당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에 동의하도록 더 많은 입법발의자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직접 전개하는 운동이다.

한국 사회에서 생명·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계속 높아졌고, 각종 시사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는 확대됐다. 이제 실질적인 입법 쟁취를 위해 나서야 한다.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민주노총의 1차 입법발의자가 전국 사업장 곳곳에서 나섰다. 민주노총은 전국 사업장 곳곳에서 노동자·시민이 만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운동을 2차·3차로 이어 갈 것이다. 매년 2천400명이 죽어 나가는 일터를 바꾸고 반복적인 시민 재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 도도한 흐름에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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