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택용 사진가
“작업복 입고 동지들과 한 공간에 있어야지만 실감이 날 것 같네요.”

27일 기쁨과 회한이 섞인 조문경씨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조씨는 다음달 1일이면 이름 앞에 문신처럼 새겨진 ‘쌍용차 마지막 해고노동자’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떼어 낸다.

쌍용자동차는 이날 오전 조씨를 포함한 휴직자들에게 ‘복직자 교육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5월4일부터 4주간 경기도 안성 쌍용차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한다는 내용이다. 몇 줄 되지 않는 메시지지만, 이 안에는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조씨는 “교육 첫날 근무복 및 안전화를 지급할 예정이니 가방을 준비해 오라”는 메시지 문구를 보고 나서야 한동안 졸였던 마음을 풀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부서배치 며칠 앞두고 뒤집혔잖아요. 이번에도 그러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마음일 걸요.”

조씨가 복직을 실감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18년 9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마련된 노노사정(쌍용차·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서대로라면 조씨는 지난해 12월 말 부서배치돼 올해 1월부터 정식 출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24일 이들에게 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휴직자들은 올해 1월7일부터 출근투쟁을 했다. 조씨는 출근투쟁 첫날 딸이 손수 떠 준 하얀색 목도리를 두르고 왔다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여러 곡절 끝에 지난 3월19일 노노사정이 ‘5월1일 부서배치’에 합의한 뒤 한 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또 다른 복병이 튀어나왔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 결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한 마힌드라가 2천300억원 규모의 쌍용차 투자계획을 없던 일로 하면서 휴직자들도 상당한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휴직자 이영준(가명)씨도 그중 한 명이다. 이씨는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마힌드라가 투자 철회만 하지 않았어도 기쁜 마음으로 들어갈 텐데, 조금은 막막한 기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씨는 “마힌드라가 예전 상하이차처럼 철수 수순을 밟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쌍용차가 이날 공지한 ‘5월 휴업’ 일정을 보면 조립1팀(4·8·11·12·21·22·28·29일)과 조립3팀(4·8·11·12·13·14·21·22일)은 각각 8일씩 휴업한다. 프레스생산팀·출하운영팀도 총 6일(4·8·11·12·21·22일) 휴업한다. 수출물량 등 재고 조절을 위한 휴업이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

저간의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착잡한 표정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쌍용차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마음은 무겁지만 여기서 좌절하거나 낙담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장으로 돌아가면 동료들과 함께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쌍용차 위기 극복을 위해 구성원들도 노력할 테니, 정부도 함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휴직자 47명 중 12명은 연말까지 유급휴직 상태를 연장했다. 다음달 1일자로 부서배치되는 이는 3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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