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해 임금협상을 앞둔 노사의 시름도 깊다. 노정 간 임금교섭으로 불리는 내년 적용 최저임금 협상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이 노동자 소득을 높여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임금인상분 일부와 기업에 쌓여 있는 10조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노동자 소득도 높이고 내수도 활성화하자는 제안이다.

한국노총은 27일 ‘소비진작·경기 활성화를 위한 노동자 연대임금전략’ 지침을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에 전달했다. 한국노총은 지침에서 노동자 임금인상 기조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 방안으로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인건비 동결과 고위공직자 급여 30% 반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세비 50% 기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민간기업에서도 노동자 임금동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임금삭감과 희망퇴직 같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2017년 기준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반면 피용자 보수는 같은 기간 4.4% 늘어나는 데 그쳐 임금인상 수준이 실질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노동자 임금 동결 또는 인상자제 기조에서 벗어나 임금인상을 통해 노동자 생활과 임금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금인상의 일정 부분을 지역화폐 형태로 제공해 지역경제와 내수활성화 도모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전 산업 평균 임금인상률(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 3.5%를 올해 피용자 보수 767조6천억원에 그대로 적용해도 26조9천억원이 증액된다. 일정 부분을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다면 골목상권 회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4~6월 소득공제율 혜택을 90%까지 확대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올해 말까지 10%포인트씩 하향하는 식으로 지출 시기별 소득공제율 혜택을 적용한다면 당장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기업별로 적립하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한시적 재난구호금 명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2018년 기준 1천672개 법인에 적립된 사내근로복지금은 10조7천845억원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사용한도를 2009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누적원금의 25%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지역화폐로 노동자에게 지급하면 지역사회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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