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과 산재피해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주최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한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있다. 최악의 살인기업에는 대우건설이, 특별상에는 한국마사회와 고용노동부가 선정됐다. 정기훈 기자

대우건설이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선정됐다. 2006년 이래 벌써 세 번째 이 분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우건설 노동자 7명이 업무상재해로 목숨을 잃었는데 전원이 하청 노동자다.

<매일노동뉴스>와 민주노총·노동건강연대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산재피해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캠페인단은 2006년부터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살인기업으로 선정해 왔다.

2위 현대건설, 3위 GS건설 불명예
롯데건설·한신공영·수성수산 공동 4위


대우건설에서는 지난해 1월16일 경기도 시흥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피워 둔 갈탄이 연소되며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질식해 하청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두 달여 뒤인 3월27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3명의 노동자가 깔리거나 떨어져 목숨을 잃는 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해 4월15일부터 5월 말까지 기획감독을 실시해 대우건설 공사현장 80%(40곳)에서 131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살인기업 2위에는 현대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건설에서는 지난해 6명의 노동자가 숨졌는데, 절반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현장 수몰사고로 사망했다. 지난해 7월31일 폭우가 예상됐지만 하청노동자 두 명이 일상 점검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고, 이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내려간 현대건설 노동자 한 명이 쏟아져 내리는 물살에 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동자 5명이 숨진 GS건설이 3위, 노동자 4명이 숨진 롯데건설·한신공영·수성수산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건설·LG화학·은성산업·서희건설·유원조경개발·중흥토건·한화 대전사업장에서 각각 3명의 노동자가 업무 중 재해로 숨져 공동 7위로 선정됐다.
 

마사회·노동부는 특별상

특별상은 한국마사회와 고용노동부에게 돌아갔다. 지난 11월2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고 문중원 기수가 부정경마와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노동계는 고인의 죽음 원인이 위험을 외주화했던 마사회 적폐경영으로 보고 개혁을 요구했다.

고용허가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산재사망의 책임자로 지목됐다. 지난 7월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사고로 미얀마 이주노동자 쇠 린 마웅씨가 사망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경북 영덕군 수성수산 오징어 폐기물 탱크를 청소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다. 연이은 이주노동자 재해에 ‘위험의 외주화’에서 본 따 ‘위험의 이주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캠페인단은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13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51명 중 40명이 하청노동자”라며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극심하며 ‘죽음의 외주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캠페인단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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