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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반납하고 싶다” 9시간 훈련에 가혹행위 부른 기능대회S특성화고 이군 사망 이후 ‘기능반 부조리’ 실태 고발 이어져
▲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서울에서 특성화고를 다녔던 ㄱ(20)씨는 2018년 말 학교를 그만뒀다.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기능반’에 들어간 뒤 주말과 방학도 반납하며 훈련을 하느라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쌓인 데다 선배들의 괴롭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기능반에 학교생활을 바치다시피 했지만 학교는 선배들에게 ‘실적 몰아주기’를 했다. ㄱ씨에게는 짐을 나르는 단순 업무를 시키거나 선배가 우승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만 주어졌다. ㄱ씨는 “(당시) 내가 정말 원해서 훈련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며 “대체 누구를 위한 기능경기대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6일 <매일노동뉴스>가 취재해 보니 특성화고 학생들은 여전히 기능경기대회 준비 과정에서 극한경쟁에 내몰리고 있었다. 최근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S특성화고 이아무개(18)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인권침해 실태가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했다. <본지 2020년 4월24일자 4면 ‘특성화고 3학년 이군의 죽음, 기능경기대회가 뭐기에’ 참조>

‘엘리트 스포츠’처럼 운영되는 기능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기능경기대회는 기계, 금속·수송, 전기·전자 등 7개 분과 50개 직종으로 이뤄져 있다.

기능경기대회를 위해 특성화고 내에 소수의 학생들을 모아 놓은 준비반이 ‘기능반’이다. 문제는 기능대회 성적이 학교 실적과 지도교사 승진·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이 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군의 학교가 소속된 경북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능반은 ‘메달’ 지상주의와 엘리트 위주 육성방식 등 ‘엘리트 체육’ 시스템과 사실상 다를 게 없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증언이다.

메달 지상주의로 고강도 훈련 지속
가혹행위는 방관, 부정행위는 묵인


매년 기능경기대회를 앞두고 기능반은 극한 경쟁체제에 들어간다. 담당교사 지도하에 합숙하며 실제 대회와 똑같이 제한된 시간 내에 과제물을 완성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전교조가 지난 24일 기능반 운영학교 교사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훈련 종료시간이 ‘오후 10시 이후’라고 답한 사람이 172명(86.8%)이었다. 하루 평균 훈련량이 ‘9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85명(42.9%)이었다.

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부정행위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기능경기대회에서 메달을 딴 경험이 있는 특성화고 졸업생 ㄴ(21)씨는 개인 컴퓨터를 들고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시작 전 데이터를 초기화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편법을 동원해 ‘답안지’를 심어 놓고 대회에 임했다. 교사들도 알면서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ㄴ씨는 “메달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서 반납하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공단측에 부정행위 사실을 자진신고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선후배 간 가혹행위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숨진 이군은 선배들의 ‘군기 잡기’가 빈번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폭력·성희롱 등 괴롭힘에 2년간 시달렸다고 한다. ㄱ씨도 “선배의 괴롭힘으로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했다”며 “선생님은 너희들끼리 잘 해결하지 않으면 기능반을 폐쇄하겠다는 반응만 보여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메달만 따면 인생이 바뀐다?
‘입상=취업’ 옛말 … 본래 취지대로 운영돼야


교사와 학생들은 기능경기대회 메달 수상이 취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특성화고에서 26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충북지역 교사 ㄷ씨는 “종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숙련기술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며 “입상만 하면 취업이 되던 시절은 옛말”이라고 지적했다. ㄱ씨도 “선생님들은 항상 ‘메달만 따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을 하셨는데 정작 주변에 입상한 선배들의 취업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듣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기능대회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1966년 기능경기대회가 처음 도입될 때는 숙달된 노동자를 평가하고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였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대적 과제도 환경도 너무나 다르다”며 “기능반 시스템이 과연 기술직업교육으로서 적절한 교육방침인지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어고은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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