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1월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2천명 이상이 산재로 숨진다.
위험업무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죽음의 현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개월 동안 3명 죽고 1명 의식불명, 사업주를 구속하라
정동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정동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현대중공업에서는 창사 이래 47년간 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세계 1위 조선소의 민낯이다. 최근 2개월 동안에는 3명이 죽고 1명은 혼수상태다. 지난 4년간 법인분할 구조조정을 거치며 감소 추세에 있던 중대재해가 다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모두가 가장 기본적인 표준안전작업조차 지킬 수 없게 만든 인력감축과 공정압박이 원인이다.

지난해 9월20일 안전설비 미흡으로 18톤 화공기기 중량물에 협착된 하청 노동자는 목이 잘려 사망했다. 그는 16년간 한 자리에서 일해 온 베테랑 용접사였다. 올해 2월22일에는 LNG 트러스 설치 작업 중 고정되지 않은 합판을 밟아 15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2차 하청 물량팀에 소속된 그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3월17일에는 선수 데미지 수정작업을 위해 안벽에 투입된 하청 노동자는 당직 중 익사체로 발견됐다.

4월16일 잠수함 어뢰발사관 유압도어 개폐장치에 머리가 낀 직영 노동자는 경추 손상이 심각해 일주일이 넘도록 의식불명이다. 약물과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노동부에서 일주일간 특별안전점검을 들어와 있던 같은달 21일 새벽 4시께, 도장공장 빅도어(대형문) 사이에 협착돼 직영 노동자가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2일에는 1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발전기 작업을 하다 추락해 긴 투병하던 직영노동자가 결국 돌아가셨다. 이 모든 것이 지난 7개월 간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다.

2인1조 안전 기본수칙을 준수하고, 생산 제일주의가 아니라면 하나같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현대중공업의 안전시스템은 무리한 공정 앞에 일순간에 무너지고 그 틈에 산재는 직영과 하청, 고숙련자와 미숙련자를 가리지 않고 덮친다. 강력한 처벌과 손해배상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는 조선소의 산재사망 사고를 멈출 수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안전교육 받는 한국인도 산재, 이주노동자는 교육도 못 받아
섹 알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 섹 알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얘기하는데, 좋은 일자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많아지면 정주노동자도, 이주노동자도 산재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생각보다 열악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인 노동자는 안전교육을 받고, 한국말을 잘 해도 안전사고를 많이 당한다. 이주노동자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받더라도 한국어로 읽어주니 교육 효과가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올 때 한국어 시험을 보지만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배운다. 일상에서 쓰는 한국말에 익숙하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현장 안전규칙과 법을 잘 모른다. 지게차를 운전하라고 하면 작동법을 조금 배우고 지게차를 바로 운전하는 식이다. 2017년에 돼지축사 분뇨를 치우다가 사망한 이주노동자도 몰라서 죽은 노동자다. 유해가스에 노출되면 죽을 수 있다는 교육 한 번 받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통제한다. 일자리도 알선하는데, 이런 사람을 브로커라 한다. 정부는 브로커 역할뿐 아니라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교육은 고작 3일이다. 한국문화·예절 같은 것만 배운다. 현장에 배치되지만 안전수칙 교육은 부족하다. 이주노동자가 배치되는 현장에 맞는 교육을 최소 2주에서 한 달까지 해야한다.

안전하지 않은 현장에는 노동자를 투입하지도 말아야 한다. 부득이하게 사고가 나더라도 그런 회사들이 다시는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 사업주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신고해 다시 공장을 차린다. 나라에서 그런 사업장과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과 대책만 마련해도 산재사고 발생률은 확 낮출 수 있다.


여전히 OECD 최고 산재국가, 중대재해기업 엄벌만이 답
김영미 금속노련 정책본부장
 

▲ 김영미 금속노련 정책본부장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가 855명으로 전년에 비해 132명 감소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고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가입국 중 산재사망률 1위인 세계 최악의 산재국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업주는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됐지만 여전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기소유예되거나 벌금 몇 백만원 받는 처벌로는 경각심도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산재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산재 예방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영국 같은 해외 국가들이 산재예방을 위해 강력한 법·제도를 도입하고 산재를 줄인 사례를 적극 참조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의 사슬을 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만이 답이다. 업무와 관련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범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정착되면 사업주들이 노동현장의 안전을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고 산재도 당연히 감소할 것이다.


산재감소 대책까지 거부하는 사용자들, 특단조치 필요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초, 지난해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건설 노동자 입장에서 어떤 이유로든, 누가 잘해서든지 간에 산재사망을 비롯한 중대재해가 줄어드는 것은 적극 환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이 단기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정기·불시 패트롤 안전점검반 운영을 포함해 현장중심의 관리·감독 시스템으로 변화를 꾀했다. 국토교통부는 발주처·노동단체·사업주단체가 직접 현장안전실태 조사·개선을 건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한계가 있으나, 그나마 이전 정부들에 비하면 조금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대책에 대해 건설업 중대재해의 책임이 있고 가해자일 수도 있는 건설사업자단체들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대책 후퇴를 꾀하고 있다. 정부대책을 집행하는 데 많은 인력과 재정, 시간 투자, 일관성 유지가 요구된다.

벌써부터 건설사업주의 반대와 일선 지방청의 소극적인 행태로 정부대책은 1년도 지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흐지부지 될 것이다”, “일시적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만 잘 견디자”는 이야기들이 단순히 건설사업주들의 희망이 담긴 말만은 아닐 수 있다. 집권 중반을 넘은 현 정부가 현장중심의 근원적 대책을 좀 더 확대·강화해 나가고,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느냐에 대책 성공이 달려있다.

우리나라 건설업 사망사고율은 몇 년째 OECD국가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하루 2명의 건설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당하는 건설현장 중대재해 책임 당사자인 건설사업자단체는 경제발전의 주축 운운하며,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건설사업주들의 이러한 정신으로는 절대 건설현장 중대재해는 줄어들 수 없다.

책임당사자인 건설사업주들의 자발적인 책임통감을 더 이상 바랄 수 없기에, 노동계는 특단의 조치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업주들의 자발적·자율적 개선의 노력이 없다면, 강력한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면, 정부와 국회는 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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