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높아진 산업계 위기의식이 올해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 중앙교섭 핵심요구안마저 바꿨다. 전 산업적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은 덜되, 코로나19를 비롯한 새로운 감염병 위협에 노사가 공동대응하자는 방향으로 중앙교섭 요구안을 재정비했다. 조합원 중심 요구사항은 뒤로 미루고 전 사회적 사회안전망 확충쪽에 교섭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고용안정위원회·고용안정기금 철회 이유는

22일 <매일노동뉴스>가 금속노조 2020 중앙교섭 요구안을 살펴보니 노조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마련한 요구안을 과감히 수정했다.

노조는 올해 △노조파괴 대응 노동 3권 보장 △감염병으로부터 보호 △금속산업 최저 통상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노조가 지난 2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보낸 요구안에는 ‘감염병으로부터 보호’ 대신 ‘산업구조조정 대응 고용안정 보장’이 있었다. 노조는 지난 20일 중앙위원회에서 토론 끝에 해당 요구안을 철회하고, 21일 사용자측에 수정안을 전달했다.

‘산업구조조정 대응 고용안정 보장’은 각 사업장별로 고용안정위원회와 고용안정기금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고용안정위원회는 회사가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정책을 시행하기 전 노사가 함께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예컨대 적정인력의 유지·확보에 관한 사항부터 기업구조조정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유지·일자리 나누기 관련 사항, 경영악화시 경영진의 자구노력·인건비 이외의 비용절감에 관한 사항, 조합원 능력개발·직무훈련에 이르는 요구를 포괄했다.

고용안정기금은 회사가 매년 재직 중인 전 직원 임금총액의 0.5%를 기금으로 적립해 노동시간이 현저히 단축되거나 실직 조합원·정년퇴직자에게 교육훈련과 구직·전직 지원, 생활안전 용도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정일부 노조 정책실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조정에 대비해 마련한 핵심요구안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 조합원만 챙기는 수준을 넘어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를 요구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세토론 끝에 ‘고용안정위원회와 고용안정기금은 꼭 필요하지만, 올해는 아니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노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고용안정기금 마련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함께 감염병 대응체계, 매뉴얼 마련하자”

노조는 대신 사용자측에 ‘감염병으로부터의 노동자 보호’를 요구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이 예견되면서 감염병 예방조치와 노동자 처우문제를 단협으로 정해 놓을 필요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 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감염병 발생 사업장에서 단협이나 긴급산업안전보건위·노사협의회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취약지점이 확인된 만큼 감염병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명확한 노사합의 기준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구안에는 노사가 함께 감염병 관련 대응체계와 매뉴얼, 사전예방, 감염병 의심·확진자에 대한 생활안정 방안 마련 내용이 담겨 있다. 휴직자 복귀시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난 21일 중앙교섭 상견례에서 “추가된 감염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요구는 노사가 함께 뛰어넘어야 할 사람의 생명문제”라며 사용자측에 합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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