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하청노동자 열에 아홉은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인 4·15 총선일에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했고, 대부분이 당일 출근해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가 지난 16~18일 조선소 하청노동자 253명을 대상으로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권 실태를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다. 응답자 중 선거 당일이 휴일이 아니라 출근하는 날이라고 답한 노동자는 132명(52%)이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일이라고 대답한 노동자는 111명(44%)이었다.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보낸 노동자는 10명(4%)에 불과했다.

지회가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실시한 조사에서 “유급휴일” 응답이 각각 13%와 12%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몇 년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하청노동자 기본 권리가 더 축소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6%의 노동자에게는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다 보니 71%(179명)는 선거일 당일 출근했다. 무급휴일을 쓴 111명 중에서도 실제로 쉰 사람은 64명이고, 나머지 47명은 출근했다.

투표권 보장을 위해 한두 시간 늦게 출근했다고 응답한 이는 108명(43%)이었다. 늦게 출근한 경우 92명(85%)은 유급이 인정된 반면 늦게 출근한 시간만큼 임금이 공제된다고 답한 이는 14명(13%)이었다.

사전투표를 한 노동자들은 89명(35%)으로 집계됐다. 전국 사전투표율(26.7%)보다 높다. 지회는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고, 객지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노동자가 많아 사전투표가 아니면 투표권 행사를 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은 유급으로 보장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1월1일부터, 3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월1일부터, 5명 이상 30명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부터 전국 동시선거일이 법정유급휴일이 된다.

지회는 “2022년 3월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조선하청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선거일 유급휴일을 보장받게 된다”며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이른바 ‘무법천지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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