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마지막 벚꽃 날리던 공원 한편 주차장에 무대가 섰고, 노란색 옷 입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았다. 차분한 목소리 진행자가 앞자리 올라 언젠가의 기억을 들췄고 앉은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떨궜다. 때론 고개 들어 하늘쪽 먼 곳을 한참 살피기도 했다. 붉어진 눈을 달래느라 껌뻑껌뻑 눈꺼풀이 카메라 셔터처럼 바빴다. 손에 쥔 노란색 손수건이 점점 짙었다. 그 사이를 누비며 유난스레 분주했던 사진기자들이 그 표정을 잡아내느라 종종 바닥에 붙어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 장면들은 지면과 인터넷 페이지에 실려 뭇사람들의 흐릿한 기억에 각성제 노릇을 할 것이니 그건 사진의 힘이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노래 타고 영상이 흘렀다. 아이 귓불에 난 솜털 한 가닥 잊은 적 없다는 아빠가 무대에 올라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세상을 바꿔 낼 거야. 약속해, 반드시 약속해. 마이크 잡은 엄마가 절제하며 노래했다. 기억식 행사가 끝나고 삼삼오오 사진을 남긴다. 기념할 수는 없어 기억사진이라 부르기로 한다. 세월호 엄마 아빠와 태안화력 고 김용균의 엄마와 고 이한빛 피디의 아빠와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이 무대를 배경으로 나란히 섰다. 할 말 다르지 않은 사람들과 기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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