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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감기에도 특근에 잔업” 정부 지침 비웃는 노동현장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4명 “연차 쓰기도 어려워”

최근 감기를 심하게 앓던 직장인 ㄱ씨는 회사에 출근해 아프다고 말한 뒤 곧바로 퇴근했다.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악화됐다. 다음날도 출근이 어려웠다. 이틀을 쉬고 회사에 가니 과장은 ㄱ씨가 쉬는 바람에 팀 내 한 달 목표수량이 펑크 났다며 야근을 지시했다. ㄱ씨는 아픈 몸으로 휴일 특근과 잔업을 해야 했다. 그러다 상태가 더 나빠져 잔업시간이라도 줄여 달라고 상사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목표수량을 채우지 못해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증세가 심해진 탓에 병원 진료를 받은 뒤 2주 병가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사측은 근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잔업과 특근을 빼 주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생활방역지침 1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를 제시했다. 노동자가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사용자는 집에서 쉬게 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도 쉴 수 없는 직장인들은 부지기수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직장인 3천78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휴가사용 실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회사에 유급병가 제도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57.4%(2천171명)라고 밝혔다.

10명 중 4명은 유급병가는커녕 연차조차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회사에서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13%(493명), “그렇지 않은 편이다”는 응답이 30.3%(1천147명)였다.

근로기준법에는 업무상질병 또는 부상이 아닌 ‘개인 사정으로 아픈 경우’ 병가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이 아니더라도 연간 60일 내에서 병가를 쓸 수 있다. 일부 민간기업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병가를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계약직·일용직·아르바이트 노동자 같은 비상용직의 경우 상용직에 비해 휴가 사용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차를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비상용직은 51.6%(896명), 상용직은 36.4%(744명)였다. 유급병가가 없다고 답한 비상용직은 67.8%(1천177명)로, 상용직은 48.6%(994명)였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아프면 당연히 쉬어야 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급병가 법제화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방역 선진국을 넘어 휴가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어고은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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