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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압승으로 끝난 21대 총선, 노동·진보정치 ‘시험대’ 올라연동형 비례대표제 무력화, 양당체제 공고화 …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전농 다시 머리 맞대야”
▲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총선 후보자들이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21대 총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뚫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됐는데도 정의당은 간신히 현상유지에 그쳤고, 노동자 밀집지역은 초토화되면서 노동자·진보정치는 갈림길에 놓였다.

코로나19 이후 과제해결 정부·여당에 힘 싣기
탄핵 이후 변화·쇄신 없는 미래통합당 심판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253석)·비례대표(47석) 개표를 모두 마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163석)과 그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17석)이 180석을 차지했다. 전체 의석에서 5분의 3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다.

1야당인 미래통합당(84석)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19석)은 103석으로 간신히 개헌저지선(100석)을 넘었다. 정의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 5석으로 6석을 얻었다. 20대 국회 의석을 겨우 유지했다.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각 3석을 얻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여당이 방역과 경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라는 데 국민이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 3년간 변화와 쇄신 없는 미래통합당 행태에 대한 심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해 송구하다”며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석 그친 정의당, 진보정당들 앞길 험난
심상정 “집권여당 주저할 때 개혁 견인”

이번 선거 결과에서 ‘진보정치’는 겨우 과락을 면한 수준이다. 정의당이 6석을 유지한 것 이외에 민중당을 비롯한 진보개혁 소수정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을 겪고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완전히 무력화됐다. 진보개혁 정당득표율을 보면 정의당 9.67%, 민중당 1.05%, 미래당 0.25%, 녹색당 0.21%, 노동당 0.12% 순이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 내내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180석이라는 ‘슈퍼 여당’이 탄생했고, 1야당이 103석을 가져감으로써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3지대 존재는 사라졌다. 양당체제가 갈수록 공고화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정의당은 진보 대안세력으로서 길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국회 장벽을 넘지 못한 여성·청년·녹색·소수자 삶을 헌신적으로 대변하겠다”며 “집권여당이 기득권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일 때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견인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동계 후보 한국노총 9명·민주노총 4명 진출
‘노동정치 1번지’ 창원·울산서 노동정치 초토화

‘노동정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 출신 당선자는 13명이다. 한국노총 출신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서울영등포갑)·김경협(경기부천원미갑)·한정애(서울강서병)·어기구(충남당진)·김주영(경기김포갑) 당선자와 미래통합당 임이자(경북상주문경)·김형동(경북안동예천) 당선자, 더불어시민당 이수진(13번) 비례대표 당선자, 미래한국당 박대수(10번) 비례대표 당선자 9명이다. 민주노총 출신은 정의당 심상정(경기고양갑) 당선자와 같은 당 비례대표 류호정(1번)·강은미(3번)·이은주(5번) 당선자 4명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노동계 후보가 의석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 경남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던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34.89% 득표에 그쳐 강기윤 미래통합당 후보(47.30%)에 패했다. 이 지역은 권영길 전 민주동당 의원과 고 노회찬 의원으로 이어진 노동정치 산실이다. 여영국 후보와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출신 이흥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단일에 실패가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노동정치 1번지로 불리는 울산에서도 맥을 못 췄다. 주요 노동계 예비후보들이 일찌감치 공천에서 떨어진 데다 울산동구 김종훈 민중당 후보(33.88%)마저 권명호 미래통합당 후보(38.36%)에게 아쉽게 패했다.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이 각자도생해서는 안 된다는 게 드러났다”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진보정당들이 민주노총·전농 같은 대중조직들과 함께 힘 있는 진보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폭넓은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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