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국회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업무를 다단계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중간수수료 명목의 예산이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은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가 전산업무 외주화도 모자라, 위탁에 재위탁을 하는 방식으로 중간수수료 명목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전산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 노동자들은 국회의 모든 정보기기와 관련된 업무를 한다. 국회 본회의장 운영지원이나 서버·백업 관리, 네트워크 관리 같은 업무다.

재위탁 업체 1곳당 해당 업무 직원 1명?
노조 “중간수수료 많이 가져가려 무리한 운영”


16일 민주연합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2018년 4월1일 국회정보시스템 유지·관리업무를 서울지방조달청 공고를 통해 입찰한 용역업체에 약 3년간 맡겼다. 입찰을 통해 업무는 4개 IT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맡겨졌다. 계약업체 중 지분율 50%인 대보정보통신이 대표로 국회사무처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과 대신정보통신㈜이 각각 지분율 20%를, 한국정보기술㈜이 지분율 10%를 차지했다.

그런데 컨소시엄은 소속 노동자들만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또다시 다른 업체들에 업무를 재위탁했다. 실제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는 컨소시엄에 소속된 대보정보통신과 대신정보통신을 포함한 10곳이나 됐다. 10개 업체에 속해 전산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37명이다. 노동자들은 ㅅ사 18명, 대보정보통신 5명, ㅂ사 3명, ㅈ사 2명, ㅆ사 2명, ㄴ사 2명, 대신정보통신 2명, ㅁ사 1명, 또 다른 ㅅ사 1명, ㅇ사 1명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 중 지분을 가진 1차 용역업체인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과 한국정보기술 소속 노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은 금융IT 전문 중소기업의 연합체인데, 2차 용역업체인 ㅅ사가 협동조합 소속이다.

김인수 노조 조직실장은 “한국정보기술 주식회사 같은 경우 해당 업무를 전혀 하지 않고 중간수수료만 받아간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당 업무가 다단계 용역 구조라는 것도 문제지만, 재위탁 업체를 10개씩이나 둬 떼어가는 중간수수료가 많아지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인수 실장은 “특히 업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한두 명밖에 없는 것도 코미디”라며 “중간 비용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 업체들이 담합해 의도적으로 위탁업체를 늘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사무처가 컨소시엄과 계약을 한 뒤 컨소시엄이 업무를 하도급 준 것이지, 다단계 위탁구조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하도급을 구성하는지는 컨소시엄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국회는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문제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 전산노동자들 다단계 구조 속 저임금 사슬

노조는 국회가 해당 업무를 다단계 구조로 운영하는 것이 노동자 노동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전체 계약금 중 중간수수료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같은 비율로 노동자 인건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회정보시스템 통합유지·보수업무를 2년째 하고 있는 노동자 A씨의 지난해 12월 임금명세서를 확인해 보니 실수령액은 174만여원에 불과했다. 임금 구성은 기본급이 전부였고, 연장수당·휴일수당·식대·차량보조비·연차수당은 항목만 있고 책정된 수당은 없다. 시스템 유지·보수 노동자 B씨는 “노동자에 따라 식대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고 기본급에 포함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저임금이고 경력에 따라 급여가 크게 높아지지도 않는다”며 “주기적으로 초과근로를 하는데 이에 대한 합당한 초과근로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노동자들은 3년 주기로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으로 심란해하고 실제로 업체 교체시 고용승계가 안 된 경우도 있다”며 “업체가 바뀔 때마다 경력자들도 신입이 돼 업체가 바뀌는 해는 연차를 한 개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의 날에도 쉴 수 없다”며 “우리는 회사 소속 노동자지만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공무원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세금 낭비를 줄이고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전산직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용역업체 소속이던 청소노동자, 엘리베이터 관리 노동자, 방송운영 노동자, 주차관리 노동자를 직접고용했다. 시설관리 노동자의 직접고용도 추진 중이다. 국회정보시스템 노동자만 직접고용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재하청 업체 중 ㅅ사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만 논의하고 있다. ㅅ사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끝에 지난해 12월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전 협의기구가 구성됐다. 현재까지 협의기구 회의는 2회 이뤄졌다.

노조는 “국회는 IT 전산직의 경우 민간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기관 내 동일직업·직군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측은 “정부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민간의 고도 전문성 및 시설장비 활용이 필요한 업무’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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