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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21대 국회의 과제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누가 총선에서 승리하든 식물·동물국회가 다시 인간국회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21대 국회는 시작과 함께 위성정당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통합,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통합을 둘러싸고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기득권이 생긴 위성정당들이 곱게 재통합하지 않을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아예 합당하지 말고, 위성정당을 상임위원회 배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이합집산과 청와대를 호위하기 위한 공작정치가 공공연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한심하게도 독재정권의 관제 정당을 이용한 의회 공작이 21세기에 이렇게 부활한다.

다음으로, 21대 국회는 또다시 진영으로 나뉘어 무엇 하나 합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여당이 승리할 경우 청와대 부패비리와 권력남용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기관 민주화를 걸고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검찰 길들이기로 노골적으로 돌아섰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부터 라임 사태 연루 의혹까지, 진실 여부가 아니라 검찰과 청와대의 대결로 프레임을 만들어 놓았다. 야당이 선전한다면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탄핵을 다시 들고 나올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한국 사회 비전이 아니라 복수를 테마로 총선을 치렀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의회를 마비시킨 공수처 관련 논란은 공수처장 후보 선정을 두고 국회를 날려 버릴 만큼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어쩌다 의회가 이렇게 됐을까? 국회를 이렇게 만든 건 팔할이 여당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년 내내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것에만 주력했다. 적폐청산 명분으로 진영을 나눠 상대방을 공격했고, 민의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대신했고, 장관 인선은 국회 청문회와 무관하게 반복해서 이뤄졌으며, 검찰과 법원까지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수사하도록 만들었다. 남이 하면 적폐고 내가 하면 민주라는 식의 내로남불 정치가 계속되다 조국 장관 사태까지 터졌다. 집권세력이 이런 식이면 법과 정의로 통치를 하는 의회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 힘과 진영만 남는 통치가 이뤄지게 된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하면서 정부 지지율이 상승 중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오히려 한국 사회의 더 큰 위기를 가리는 것 같다. 대통령 하나 믿고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방역 ‘국뽕’은 마약성 진통제일 뿐이다. 내로남불 정치로 인한 정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를 분열과 갈등, 미래가 아닌 현재의 진영 간 지대를 둘러싼 투쟁으로 내몬다.

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위기에 대처하려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고, 의회 정치를 복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회 정치 없는 코로나19 대응은 대통령의 운에 나라를 맡기는 꼴이다. 하나의 예를 보자.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조달러 규모의 대책을 세웠다. 전례가 없었던 큰 규모의 대책이다. 그런데 이 대책은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경제안정법(CARES)으로 마련된 것이다. 800페이지에 달한다는 이 법률은 2조 달러의 지원 방법을 세밀하게 정해 놓았는데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부터 대기업이 지원을 받을 경우 이행해야 하는 의무(고용유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금지 등)까지 정했다. 기존 재정 관련법과 금융 관련법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특별법으로 넘어선 것이다. 의회에서 초당적 토론을 통해 법률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금융 및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100조원은 기존 법률의 제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신용 공급과 정부의 대출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미국 같은 대책을 수립할 수 없다. 경제적 제약도 있지만, 국회가 기존 법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책을 법률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고제한 조건부 대출이나, 대출금 용처의 사용제한 등은 현행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국회가 식물 상태로 남아 있어서는 대통령의 묘기와 행정부의 즉흥적 꼼수만으로 이에 대처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대통령 권력 축소와 의회 정치 정상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 모두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19세기 말 그야말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한·중·일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는지 잘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청나라는 군주제 개혁에는 손을 놓고, 부국강병만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지속될 수도 없었다. 황실의 권력 쟁투와 농민 반란 속에서 청나라는 몰락하고 말았다. 조선도 비슷했다. 왕실은 끝까지 절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리고 시대착오적 절대 군주제를 추진하다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의 경우 막번체제를 타파하고, 현대화에 적합한 정치체제로 입헌군주제와 의회, 정당 정치를 도입했다. 변혁된 정치체제 속에서 지속해서 부국강병과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위기에 대응하는 경제와 사회의 변화는 그것에 적합한 정치체제를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적 통합과 광범위한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할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군주가 아니라 법치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정치다. 21대 국회 앞에 이 과제가 놓여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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