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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협약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나라와 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시장과 공장을 가리지 않고 금융과 실물을 떠나서 세상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마다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중앙은행을 동원해서 유동성 공급이니 채권 매입이니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 대한민국조차 수많은 기업의 상태가 위태로울 수 있기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해서 노동자 해고를 막고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희망퇴직과 명예퇴직·권고사직 등으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심지어 정리해고로 사업장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희망퇴직·명예퇴직·권고사직은 노동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니 본래 노동법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용자가 그만두게 하는 해고만 관심을 두고 노동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그 해고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희망퇴직 등을 적극 활용하고 그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떠난다. 사용자에게 정리해고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당할 수가 있기에 희망퇴직 등으로 노동자가 사업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희망퇴직 등의 조건을 위해서 교섭할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 규제를 위해서 노동조합은 교섭해서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가 승소한 정리해고 사건들을 통해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협약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모두 알고 있듯이,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소송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정리해고를 규제한다는 노동법이 엄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해석집행하는 법원의 판결이 폭넓게 사용자의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소송사건에서 그 협약 내용을 찾아내서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협약은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사건들을 생각해 보고서 그 협약 내용을 살펴봤다. 아래에서 중요하다고 뽑은 사건들은 내가 대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과 협약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협약이 잘 돼 있어서 노동자가 승소했다는 건 아니다. 그 사건을 들여다보고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협약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는 게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니 이를 위한 소재로 될 수 있으면 된다.

2. 2009년 12월 한국공항공사에서 소방직·장비직 같은 현장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공공기관마다 외주화와 인원감축을 추진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앞장서 이를 추진했던 것인데,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을 실시하고서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결까지 받고서 정리해고자들은 복직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과연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원고와 피고 간 주되게 다퉈졌다. 이에 관해서는 법원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것 말고도 “소방직렬의 현원을 정년까지 보장한다”는 협약을 내세워 나는 주장했었는데, 이것도 고려해서 항소심 서울고법은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한편 협약에서는 정리해고시에 60일 이전까지 노사합의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당시 공사 노조는 이를 적극 활용해서 사측의 외주화 및 인원 감축·희망퇴직·정리해고에 대응함으로써 노동자측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정리해고 사건에 관한 법원 판결은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 무작정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 같은 인원감축을 실시하는 걸 저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협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을 대리하면서 변호사로서 나는 정리해고 협약규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보다 더 정리해고를 규제하는 내용이기를 원했다. 법원 판례가 완화해 온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보다 엄격히 정하고, 사측이 정리해고하지 않을 모든 방법을 망라해서 실시하도록 해고회피 방법을 정해 놓았으면 했다.

3. 협약이 보다 결정적으로 활용된 것은 포레시아 정리해고 사건이었다. 한국공항공사와 마찬가지로 2009년께 발생했다. 2008년 9월께 미국 금융위기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이전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였던 터라 회사 경영상태를 내세워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사건은 2014년 3월 대법원 판결로 그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최종적으로 법적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에선 인원을 감축할 객관적인 합리성이 인정되느냐는 식의 판례 태도에 따른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될 것이 뻔했다. 실제로 1심부터 법원 판결문에도 그렇게 써 놓았다. 그러니 경영사정이 정리해고할 만하지 않다고 우겨 봐야 사건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공장이전 과정에서 체결했던 협약이 해고자들을 살렸다. 2008년 7월 회사는 시화공단에 있던 공장을 화성 장안공단으로 이전했는데, 노사 간에 “현 시화공장 재직인원에 대해 고용보장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특별교섭 합의서를 작성했다. 어차피 기간에 정함이 없는 노동자라서 징계해고·정리해고가 되지 않으면 정년까지 근무할 노동자들이고, 공장이 이전된다고 해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도 아님에도 노사 간에 이같이 합의한 것은 사용자가 해고하지 않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기로 확약한 것이라고 1심에서부터 줄기차게 나는 주장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것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으로 이길 수 있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해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는 근로조건 및 기타 근로자에 대한 대우에 관해 정한 것으로서 그에 반해 이뤄지는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며 정리해고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다만 “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돼 사용자에게 그와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만” 사용자가 그 협약 제한에서 벗어나 정리해고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포레시아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현재 고용보장협약에 관한 판례의 법리인 것이다. 이 판결 내용을 곰곰이 읽어 보면 고용보장에 관한 협약 체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4. 또 하나의 사건은 공장폐쇄에 따른 정리해고 사건이었다. 2015년 1월 공장을 폐쇄하고서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들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끝내 이에 응하지 않고 남아 있던 노동자 모두를 2015년 5월 정리해고했다. 사측은 공장 가동에 따라 수천 억원의 적자가 누적돼 공장 폐쇄하고서 정리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리해고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측 주장 논리는 공장폐쇄·폐업·분할·합병·외주화, 기타 구조조정 등은 사용자의 본질적인 경영권 사항이라서 그 행사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반대할 수 없고 순응해야 한다는 법리 도그마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을 비롯한 이 나라 법원의 판결로 쌓아 온 법리의 도그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이디스에는 정리해고 전에 노조와 사전합의하도록 정한 협약이 있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공장폐쇄 이후 희망퇴직 실시 등 사용자의 행위를 세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기어코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단행했을 때 정리해고 소송에서 활용해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승소를 보장받지 못했다. 사건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행정소송으로, 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서 민사소송으로 두 개의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냄으로써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공장폐쇄와 그에 따른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노사합의 없이 한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해 해고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것인데, 수원지법은 정리해고가 “설령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노조와의 합의 또는 성실한 협의를 했다고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결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다. 그 뒤 그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5. 위 정리해고 사건들을 살펴보면, 무심코 체결한 협약 조항 하나가 노동자를 정리해고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정리해고가 교섭의 대상이 아니고 쟁의의 목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등으로 사용자가 주장하고 이에 동조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도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는 협약 체결을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노동조합에겐 정리해고를 규제하기 위한 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하고 쟁의하는 것은 숙명이라고 여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선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법이 부실하니 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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