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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사회적 대화로 방역체계·의료안전망 구축하자”
▲ 정기훈 기자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 이슈가 됐을 뿐 실제적으로 추진은 되지 않고 있죠. 이런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까 우려스럽고, 이번만큼은 보건의료 분야 취약점 개선대책으로 제시된 부분이 실행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80일이 넘은 시점. 나순자(55·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론화하고 있는 의제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병원과 노조·정부·전문가가 함께 모여 대화할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는 여론이 높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조는 보건의료체계의 어떤 점을 정부가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사회적 대화에서 어떤 요구를 하고 싶은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나순자 위원장을 만나 계획을 들었다.

“코로나19 방역 모범적, 진료체계 개선은 필요”

- 사회적 대화가 성사된다면 무엇을 요구할 생각인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공공의료·인력 확충, 상병수당을 비롯한 의료안전망 구축, 의료진 보호 등 네 가지를 주축으로 요구하고 싶다.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에서 아직 반응은 없다. 노조는 이제 정부에 직접 찾아가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먼저 사회적 대화를 시행해야 한다. 그 밖에도 민주노총도 사회적 안정망 구축을 위해 더 큰 틀의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감염병 전문병원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모범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신속하게 진단 키트를 개발했고,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런 정부 대응에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의료진의 헌신성이 합쳐져 다른 나라에 비해 대응을 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방역체계를 개선할 부분이 있었고, 진료체계도 허술한 점이 드러났다. 특히 대구에서 환자들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초반에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숨진 분도 있었다. 이처럼 미흡한 진료체계를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권역별로 한 개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둬야 한다.”

-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했다.
“지방의료원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환자들을 모두 소개해서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대전이나 광주, 울산처럼 지방의료원이 없는 지역들도 있다. 만약 이런 지역에서 환자가 폭증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민간병원이 지방의료원처럼 정부 지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이 시기를 그냥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병원이 확대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을 설립할 준비를 바로 해야 한다. 또 민간병원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은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 병원들을 공공병원화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구지역에서는 특히 의료진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이번에 대구로 파견을 갔다 온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인력이 부족해 간호사 1인당 중증환자를 20명씩 봐야 한다고 하더라. 환자를 치료한다기 보단 그냥 환자를 지켜보는 수준일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의사 인력도 부족했다. 환자가 폭증한 대구에는 공중보건의사들이 파견을 가기도 했음에도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같이 공공병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의사 부족 문제는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평시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의대 정원을 확보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이 의사가 되면 공공병원에 몇 년씩 가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제도인데, 간호사들에게도 도입해야 한다.”

- 상병수당 도입 주장이 거세다. 왜 그렇다고 보나.
“상병수당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할 때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병수당의 필요성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가령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쉬어야 하는데 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출근하면 결국 감염병이 확산된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도 없지만 미국은 주별로 유급병가 제도가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 이미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시행만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상병수당을 지금 당장 도입해 의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저소득층·최저임금 노동자들도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재정은 재난관리기금을 조성하거나 세금·건강보험기금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다.”

“코로나19, 신자유주의 체제에 경종 울려
사회적 대전환 준비해야”


-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 안전대책을 제안한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이 감염되거나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의료진이 격리되거나 치료받게 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에 가장 우선적으로 의료진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또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의료진이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이 감정적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격리돼 치료받는 상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의료진에게 전달되면서 감정노동이 심각한 상황이다. 심리치료나 감정노동휴가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 의료진이 재충전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하는 방안이다.”

- 병원 내 비정규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 정부와 병원의 대처는 어땠다고 평가하나.
“메르스 때 경험이 있어서 그때보다는 신경을 쓴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도 마스크가 부족하면 의료진에게 먼저 주고, 비정규직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청소·환자이송을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등 비정규직도 병원에서 환자들과 접촉할 수 있지 않나. 비정규 노동자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코로나19로 환자가 감소하거나 특정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자 비정규직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가거나 계약해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특별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는 것을 세계가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사람보다 이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체제에 경고를 울렸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은 공공의료 예산을 많이 삭감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에 대응할 시설·장비·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대응도 쉽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의료체계가 돈벌이 중심이다. 병원이 이윤 중심이다 보니 환자들도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고 장비를 비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체제의 피해는 국민과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노동계·국민이 힘을 합쳐서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이윤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제기되는 부분을 실제 시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공적인 부문의 수준을 높여 가도록 보건의료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가 이런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의료진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투를 하고 있다. 이들이 코로나19 전사들이자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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