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대리운전·퀵서비스·방과후강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지난 2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차별 없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기훈 기자


방과후 강사 김연수(46·가명)씨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한 달 170만원 남짓 벌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고, 3월 소득은 ‘0원’이 됐다. 하루하루 버티기 벅찬 그는 정부 고용·생활안정지원금(생계비)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에게 배정했다던 추가경정예산 1천억원 중 그의 몫은 없었다. 3인 가구 기준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기준 13만1천392원 이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준보다 2천원 더 많아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남편은 200만원가량 벌고, 매달 갚아야 할 대출금 60만원부터 관리비까지 안 먹고 안 써도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있는데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17개 광역자치단체가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 월 25만~50만원씩 최장 2개월 지원하는 대책을 수립해 최근 접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원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광역시는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에게 생계비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지원금을 받으려면 5일 이상 노무 미제공 혹은 소득 감소 증명뿐 아니라 중위소득 100%(2020년 3월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 이하라는 기준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12일 방과후강사노조(위원장 김경희) 부산지부(지부장 손재광)는 “대부분 방과후 강사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라며 “학교를 이동하고, 들고 다니는 짐이 많아 대부분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어 중위소득 1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2018년 소득으로 생계비 지원 결정”

“방과후 강사들은 실망을 넘어서 다들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해요. 부산시에 문의해 봐도 공고가 이미 나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손재광 지부장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방과후 수업을 전업으로 하는 방과후 강사는 모두 3월 소득이 ‘0원’이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신세인 방과후 강사의 건강보험료는 중위소득 100% 이하(2인 가구 기준 8만5천837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뿐 아니라 전세·월세를 포함한 주택과 자동차 같은 재산도 보험료 산정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년 3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2018년 소득 기준으로 산정된다. 2019년 소득이 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되려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방과후강사노조에 따르면 특수고용직·프리랜서 생계비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80~150%)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정한 곳은 전북(80%)·경기도(100%)·충북(120%) 등이다. 중위소득 150%의 건강보험료 납입액을 기준으로 삼은 세종시는 앞선 사례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손재광 지부장은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생계비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강원도처럼 소득감소분을 확인하거나, 경남·경북·전남처럼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과 경북은 애초 소득금액증명 기준(7천만원 이하)으로 생계비를 지원하고, 강원도는 노무 미제공일수와 수입감소액에 따라 생계비 지원금액을 산정한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서둘러야”

최윤수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정부가 지자체에 내린 예산이 적으니 지자체는 지원요건을 엄격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지원 대상·액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퀵서비스나 대리운전기사는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일반 서류로는 소득을 증빙하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가 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사용 프로그램 화면을 캡처해 증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방자치단체에 이런 지침이 잘 하달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지자체가 (특수고용직·프리랜서의) 소득감소나 실업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위소득 이하로 대상을 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집행체계 전문성을 가진 노동부와 고용센터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정책 수립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빨리 해야 한다”며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보장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사업주 신고체계가 갖춰지지 못해 소득확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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