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논란 속에 정책선거가 일찌감치 실종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주요 원내정당들은 노동계에 손을 내밀고 노동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워 현 정부를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친노동 공약을 대거 발표했다. 하지만 여당의 공약이행 의지는 의심받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예상대로 친기업 노동정책으로 채웠다. 정의당과 민중당을 포함한 진보정당 공약은 노동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노동공약 사라진 총선 ‘전태일법’ 최우선 입법해야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2020 총선에서 정책공약이 사라졌다. 노동공약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보이는 노동공약은 감동이 없다. 재탕 삼탕이다. 수많은 정당과 후보들이 선거에 나서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노사관계 발전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답게 다양하고 체계적인 노동공약을 제시하고, 노동단체들과 정책협약도 맺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과 특수고용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 같은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전태일법’ 입법을 공약화했다.

문제는 공약보다 공약이행 의지다. 동일한 입법과제에 대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거꾸로 가기도 했다. 이번에도 공약은 화려하지만 보기 좋게 나열만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노동공약을 최우선 공약으로 부각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미래통합당 노동공약은 노동정책이라고 부르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유연성 확대 정책밖에 없다. 최저임금제도 합리적 개편과 유연근로제 확대처럼 경영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동시장개악 정책만 잔뜩 나열했다.

가장 친노동자적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민중당이다. 정의당은 민주노총 지지정당인 만큼 ‘전태일법’이라는 표제로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을 공약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사업주 책임 강화를 명확하게 약속했다. 산별교섭 의무화, 노조 가입율 20%, 도급 금지업종 확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도 눈에 띈다. 민중당의 경우 고용보험을 노동보험으로 전면개편, 공동사용자 책임, 비정규직 임금 1.5배 지급, 심야노동 금지 공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소수 진보정당으로서 의석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입법 전략을 짤 것인지가 관건이다. 모쪼록 어려운 조건에서 정의당·민중당·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의 약진을 기대한다. 특히 전태일법은 총선을 통해 쟁점화되면서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입법해야 한다.


막장정치 속 비정규직 문제 삼분구도의 실상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겸 이사장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겸 이사장

3년 전 촛불정국에서 치러진 촛불대선에 비해 2020년 총선은 양대 정당의 위장정당 꼼수정치로 인해 정책경쟁 없는 막장선거로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의제가 실종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의 공개질의서를 통해 확인된 주요 정당들의 정책적 입장은 비정규직 문제 개선 관련 삼분구도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들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의당 같은 친노동 진보정당들, 거의 모든 개선과제를 반대하는 미래통합당 등 친자본 반노동 보수정당들, 그 사이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등 중도 자유주의 정당들. 쉽게 말하자면 비정규직 문제 개선 입장의 정의당과 개악 입장의 미래통합당으로 양극화돼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중간 지점 어딘가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상시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주요 정책공약으로 주창했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핵심원칙들로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들뿐만 아니라 노동계가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집권여당은 20대 국회에서 이 원칙들의 법제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경주한 적이 전혀 없다.

지난 4년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3건인데, 이들은 주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 대표적 사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꼽을 수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개악한 것이다.

실권하면 친노동 진보 공약을 내세우되, 집권하면 반노동 친자본을 실천하는 중도 자유주의 정당들의 이중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의 정치는 반복되고 있지만, 삼분구도 속에서 정치적 기만은 막장정치와 함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총선은 코로나19보다 더 불편하다.


노동자 요구 반영한 정당, 적폐정권 정책 들고 나온 정당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21대 총선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과 절박한 생계 위기 속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정책공약은 불행하게도 유권자의 관심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

한국노총은 이미 지난 2월 각 정당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노동정책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 총선공약 이행관철을 위해 노동존중실천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각 주요 정당의 21대 총선 노동공약을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은 노동가치 존중, 노조할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의지를 공약에 반영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완화’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다시 내세웠다. 10대 정책 중 일곱 번째에 한국노총과 공동정책협약을 맺은 ‘5·1플랜’의 내용을 반영했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제도화, 산재사망 다발사업장 원청책임 강화를 담았다.

정의당은 ‘차별 없고 안전한 일터, 땀에 정직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 보장, 기업살인법 제정을 패키지로 묶은 ‘전태일 3법’ 추진을 약속했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채용과 전환 법제화, ILO 기본협약 비준 및 노조할 권리 실현, 2022년까지 연간 1천80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같은 내용도 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노동시장 개혁으로 꽉 막힌 경제혈관을 순환시키겠다”며 박근혜 적폐정권의 노동시장 개악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 노조편향 노동정책 전환, 개별 근로자 대상 고용계약법 제정,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재량근로제 전면 확대, 대기업 강성노조 특권 배제와 파업불참자의 일할 권리 보호로 요약된다.

공약과 정책이 실종된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총선 노동공약을 검토해 보면 우리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20대 국회 경험상 더불어민주당 공약이행 의지 의심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참여연대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국민의당·민생당의 노동 관련 6개 분야(노동권·최저임금·고용안전망·비정규직·산업재해·임금체불) 공약을 분석한 ‘21대 총선 노동 공약 평가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노동공약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공약이 부재하고 비정규직·산업재해 분야의 공약이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다수의 공약이 제시돼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황에서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정리해고 남용방지, 실업부조 도입과 고용보험 적용 확대 같은 고용안전망 확충 공약이 제시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러나 20대 국회의 입법활동에 비춰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노동공약 이행 의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정의당은 노동현실을 반영한 충실하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이나 ‘정규직 채용 및 전환법’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고용안전망 제도의 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부조 관련한 공약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미래통합당·국민의당·민생당은 주요 노동이슈와 관련한 공약이 없거나 오히려 노동권을 침해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강성노조의 불법파업 원천 봉쇄’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이 대표적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21대 국회를 더욱더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세 정당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정당은 미래통합당이다. 원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통합당은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하겠다는 공약 외에 나머지 5개 분야와 관련된 공약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 노동·복지·생명과 관련된 정책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정당이 과연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