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울산노조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에 또 하나의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SDI울산노조가 주인공이다. 한국노총 소속 삼성계열사 노조는 6개로 늘었다.

9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난 8일 오후 한국노총 울산·경주본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삼성SDI울산노조를 출범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경북 울주군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노조 설립으로 삼성SDI 울산공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이 됐다”며 “삼성SDI 울산공장에는 기존에도 금속노조 삼성SDI지회가 있었지만 조합원이 소수였고 임금·단체교섭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SDI의 다른 지역 공장에는 현재 노조가 설립된 곳이 없다. 삼성SDI 공장은 기흥·천안·울산·청주·구미·수원 등 여섯 곳에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SDI 울산공장에는 계약직을 포함해 약 2천명의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생산직 노동자·관리자와 사무직 노동자 모두가 노조 가입 대상이며 노조 설립신고증이 나오면 조합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변경하는 것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호봉제였는데 연봉제 도입과 함께 임금을 성과에 따라 다르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성과자와 고성과자의 임금 차이가 연간 많게는 1천만원 이상 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공장 라인이 일정하게 흘러가는 만큼 성과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고 평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평가제도는 관리자가 노동자를 입맛에 맞게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폐지도 노조 관심사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만 55세부터 정년인 만 60세에 이르기까지 전년 대비 임금의 5%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공장 노동자들이 고령화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임금피크제에 부정적인 분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는 노사협의회가 임금체계 등을 정하고 있는데 이제 노조가 직접 교섭에 나서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사는 2016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2014년 노동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았지만 사실상 강압에 의한 동의였다”며 “동의하지 않으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노조 설립으로 한국노총 소속 삼성계열사 노조는 6개가 됐다. 앞서 삼성전자노조·삼성디스플레이노조·삼성화재노조·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삼성웰스토리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으로 설립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노조설립에 대한 사측의 반대 움직임은 아직 크게 없다”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의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난 8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한을 다음달 11일까지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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