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와 참여연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페이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소희 기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신아무개(56)씨는 2006년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다. 한때 시부모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다른 교사보다 일찍 퇴근한 적이 있다. 양해를 구하고 취업했지만 130만원 월급 중 매달 20만원 정도를 원장에게 현금으로 되돌려 줬다. 신씨는 “아는 교사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며 “지금도 적지 않은 보육원에서 월급 되돌려 주기는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가정어린이집 현직 보육교사 3명 중 1명이 월급을 어린이집 원장에게 돌려준 경험(페이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참여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일부터 6일간 전국 1천280명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집 페이백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간·가정어린이집 교사 1천16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민간·가정어린이집 10곳 중 4곳(38.3%)이 “코로나19 휴원기간 동안 페이백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교사들 중 페이백 경험이 있는 비율은 31.1%였다. “올해 2~3월에 페이백 경험을 했다”고 답한 비율은 12.9%였다.

민간·가정어린이집 교사 인건비는 민간시설에 지원하는 기관보육료와 국가재정으로 전액지원하는 부모보육료 등에서 지출된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보육교사 무급휴직 문제가 발생하자 휴원시 교사에 유급휴가를 부여하라는 지침을 지난달에 내렸다. 고용노동부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한도를 이달부터 3개월간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일선 보육시설에서는 교사에게 유급휴가를 줬다가 임금 일부를 빼앗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백을 거절해 해고를 당했다거나 이를 문제 삼은 교사가 협박을 받은 적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종희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페이백은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근로기준법 43조)를 위반한 임금 미지급과 같다”며 “고용관계 유지를 조건으로 페이백을 요구했다면 형법상 공갈죄”라고 주장했다.

보육지부는 정부 차원의 페이백 실태조사와 보육교사 임금지급에 대한 점검을 요구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이번 조사가 전체 교사를 대표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페이백하는 원장이 있다면 제보받고 싶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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