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노인요양원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강서구 천사노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의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한 직장내 괴롭힘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요양원 운영법인인 천사복지재단은 최근 요양보호사 2명을 절도·업무방해죄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7일 절도죄와 업무방해죄에 대해 각각 “혐의 없음(증거불충분)과 각하”로 판단했지만, 같은달 31일 회사는 한 요양보호사에게 절도 책임을 물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요양보호사노조 서울지부(지부장 노우정) 천사노인요양원분회 조합원 8명은 다양한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해당 분회에는 전체 요양보호사 72명 중 62명이 가입돼 있다.

8일 노조에 따르면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27명은 재단의 직장내 괴롭힘을 막아 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지난 6일 진정을 제기했다. 노조는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지만 재단 사용자와 관리자는 요양보호사를 수사기관에 무고하게 형사고소하고 범죄자로 지칭하는 공문을 사내게시판에 공지해 모욕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며 “사측의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 대표가 분회장에게 노조 탈퇴서를 내밀며, 탈퇴를 권유했다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단을 지난 1월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레드향 수취인에게 묻고 먹었는데, 절도라니”

절도 논란은 노사가 임금교섭 중 명절상여금 액수를 두고 갈등을 겪던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은행 한 지점은 같은달 16일 요양원 ㅇ센터장 명의로 3만원 상당의 레드향을 설명절 선물로 보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분회장을 포함한 두 명의 요양보호사는 동료의 부탁으로 다른 택배를 찾으러 갔다가 22일 ㅇ센터장에게 온 선물을 발견했다. ㅇ센터장은 지난해 9월21일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선물이 왔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렸고, ㅇ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끼리 레드향을 나눠 먹으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은 레드향을 나눠 먹었다. A요양보호사가 ㅇ센터장에게 선물이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해 전화한 기록과 “직원들이랑 잘 먹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기록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두 요양보호사를 절도죄로 고소했다. 사내에 “근로자 절도 행위 관련 입장문”을 게시했다. “법인과 시설에서 암암리에 자꾸 물건이 없어지고, 또 ‘누가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간다’ ‘시설 내 ○○물건이 없어진 것 같다’라는 등의 보고가 수시로 있었다”며 “이들이 만약 초범이라 할지라도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절도죄 관련 사건을 제보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했다. 재단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2월 공익신고제라는 이름으로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받았다.

재단 관계자는 “S은행은 법인이 당시 거래를 하고 있어 (선물을) 보낸 건데, 요양보호사들은 택배 온 사실을 법인에 보고하지 않고 요양원에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절도죄·업무방해죄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게 아니라 법인이 각하 요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제가 노조탄압 수단으로 둔갑”

노조는 회사가 운영한 공익신고제가 사실상 노조탄압 수단으로 쓰였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공익신고제를 시행하며 “근로자 괴롭힘에 따른 고충상담, 강제모임 등의 강요 및 가입권유, 모임탈퇴 방해, 성희롱·성폭력, 근로자 선동, 폭언·폭행·욕설, 정치활동 참여 권유 등의 직·간접적인 이슈로 근무 여건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신 피해자, 주변 동료는 신고해 달라”고 했다. 이 제도에 따라 7명의 조합원은 허위사실 유포·거짓증언·직장내 괴롭힘 등의 명목으로 견책부터 최대 감봉 2개월까지의 징계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 A씨가 B씨와 대화 중 B씨에게 욕설을 했고, 곁에서 지켜보던 C씨는 이를 신고했다”며 “당사자인 B씨가 들었을 때 불편함이 없어 괜찮다는데 회사는 B씨가 거짓증언을 한다며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조영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오늘)는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악용하고 있다”며 “비노조원이 노조원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노조원들에게는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징계를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노무사는 “회사가 고소하면 무혐의가 나와도 (노동자는) 위축된다”며 “고소를 당한 근로자의 경우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계속 일하려면 사장을 무고로 고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공익신고제라는 정책을 운영하고 피해자·주변인도 욕설에 관해 증언했으니 징계위를 연 것”이라며 “징계건 중에서 특정 몇 건이 회사 이미지를 실추하고 명예훼손을 한다든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술내용과 다른 거짓진술을 한다든지 하며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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