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가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도급 금지 범위 확대와 산재 발생 사업주에 대한 엄정 처벌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노동자의 생명·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생색내기만 한다고 노동·안전·사회 분야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고용노동부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노동인권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문재인 정권의 노동자 생명안전 제도 개악 박살! 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간접고용 노동자의 생명·안전 등 노동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노동부에 △도급 금지 범위 확대 △생명·안전 업무 기준 마련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 적용범위 확대와 산업재해 발생 사업주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을 권고했다. 노동부가 지난 1월 ‘중장기 검토’ ‘논의 추진’ 등의 답변을 내놓은 뒤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의 생명·안전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노동부의 회신은 사실상 불수용 의견”이라고 공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사항을 불수용한 것이 아니라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운용상황을 지켜보면서 도급 금지 범위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책위는 “인권위 권고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라며 “노동부가 문제가 되는 법의 시행 경과를 본 뒤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동료였던 이태성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약속은 휴지통에 처박혔다”며 “노동자를 두고 서로 누가 힘이 센지 힘겨루기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냐”고 비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원청이 제대로 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유가족으로서 납득이 안 된다”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청이 강한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인권위 권고사항 즉각 이행 촉구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책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발의자 모집과 인권위 권고 이행·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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