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유통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국면을 이용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인데 경북 안동시가 가장 먼저 규제 풀기에 나섰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안동시는 이달 10일까지 대규모 점포 의무휴업일과 온라인 주문·배송을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안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시청 홈페이지와 읍면동 게시판에 공고했다. 주민의견 수렴 기간이 끝나면 안동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관련 안건 심의를 의뢰할 방침이다. 위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이 안건이 시행될 경우 안동시는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유예한 첫 사례가 된다.

이번 조치는 대한상의와 전경련, 한국경총 등 재계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마트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주문이 30% 이상 급증했지만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이 접수되면 물류센터와 점포에서 상품을 발송하는데, 의무휴업일에는 점포문을 열지 않아 발송도 불가능하다.

안동시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같은 의무휴업일을 지키는 대형마트가 6곳 있다. 안동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완화와 함께 오전 10시인 영업 시작시간을 오전 9시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는 안동시에 의견서를 보내 “특정 이익단체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해 유통산업발전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이 법을 통해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지역 소상공인과 그 가족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다중이용시설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대형마트 노동자와 지금도 업무과중을 호소하는 마트 배송기사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위협받게 된다. 더군다나 대형마트의 숙원인 의무휴업일 폐지에 안동시가 포문을 열 경우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조는 “유통대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의무휴업일 한시 폐지 제도를 당장 철회하라”고 안동시에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