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김민수 기자

플랫폼 경제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배달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배달앱 회사 수익이 높아지는 동안 배달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소상공인과 노동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소상공인 수수료체계를 바꾸겠다고 통보한 배달주문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체계 변경방침에 비난여론이 비등해지자 6일 고개를 숙였다.

배달노동자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이날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 부산지역 배달대행업계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배달대행앱 ‘생각대로’를 운영·관리하는 ㈜로지올이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업체 지점장에게 특수고용직인 배달대행기사들의 출퇴근시간, 식사시간과 휴일을 관리하라는 업무규정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나 고용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있지도 않은 사용자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실제 업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뜻하는 계약해지 노동자도 있다.

“개인사업자라면서 출퇴근, 휴일까지 통제해”

라이더유니온이 이날 공개한 ‘생각대로 업무규정’에는 “생각대로 기사는 약정한 업무시작 시간과 종료시간을 지켜야 한다”거나 “회사의 실시간 진행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회사가 명령한 강제오더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혹은 “타 배달대행업체나 퀵서비스, 유사업체의 겸직을 엄금한다”는 내용도 있다. 생각대로 배달기사는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지점의 배달업무가 바쁘면 원치 않더라도 연장근무를 해야 하고, 강제배차가 이뤄지는 순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당 업무규정 오른쪽 하단에는 ㈜생각대로 전략사업팀이라고 적혀 있다.

업무규정은 실제로 적용됐다. 부산지역에서 생각대로 기사로 일하던 임승환(29)씨는 지난 1월27일 지점이 배정한 강제배차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됐다. 임씨는 “생각대로 기사앱에 로그인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점은 강제배차를 했고, 무조건 가야 한다고만 했다”며 억울해했다. 배달대행앱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일하는 배달노동자에게 로그인이란 출근 상태를 뜻한다. 그는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으로 일주일에 한 번도 쉬지 않고 80~90시간을 일한 적도 있다”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주 2회 휴무라고 들었지만 쉬려 하면 ‘무슨 일 있냐’ ‘일 없으면 출근하라’고 해 주 1회 쉬는 것도 감사히 여겨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애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는 “지휘·감독 정도나 보수의 성격, 사용자 전속성 유무 등을 보면 생각대로 기사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노동자성 표지를 상당 부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부산노동청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생각대로 지점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하면서 임승환씨 체불임금을 달라는 진정도 제기했다.

“플랫폼기업의 일방적 수수료 변경 피해
라이더-소상공인-소비자로 이어질 것”


배달대행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들 역시 배달업 관련 플랫폼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변경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일 우아한형제들은 월 정액 광고료 8만원 대신 음식점 매출액의 5.8%를 가져가는 방식의 ‘오픈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여론은 싸늘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일 “과도한 수수료”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꼼수 가격인상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 배달앱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객 숙여 사과드린다”며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플랫폼 경제가 (일부 기업에 의해) 독과점됐을 때 가맹점 수수료 변경과 라이더 임금체계 변경, 알고리즘을 이용한 노동통제 방식 변경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플랫폼 경제 독과점 시장에서 드러날 수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까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플랫폼 경제) 초반에는 라이더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지금은 자영업자 문제가 제기된 상태인데, 정부가 플랫폼기업의 과점·독과점 양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개입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피해는)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것”이라며 “배달시장에 적정 표준 수수료 체계를 만드는 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로지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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