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계류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까지 전원 직접고용하겠다고 올해 1월 발표했지만 이들의 직접고용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직접고용을 위한 교육소집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인데, 해당 요금수납원들은 “9개월째 무임금 상태에 놓여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해 1월17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까지 전원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정규직화 효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조건을 달았다. 현재까지 해고 상태로 남아 있는 요금수납원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조합원들인데, 이들은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계획에 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연대노조 관계자는 “2015년 입사자에 대한 해제조건부 직접고용이나, 직접고용 뒤에도 환경미화 같은 현장지원 업무를 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장에 들어가서 다시 투쟁하자는 쪽으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도로공사는 현재 직접고용해야 할 인원을 490여명이라고 추산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다 지난해 7월1일 해고된 요금수납원은 1천500명가량이다. 이 중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조합원들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 승소자 등은 직접고용됐다.

해고 요금수납원들 “실업급여도 끝나 생활 어려워”
“코로나19 잠잠해지면 교육소집? 그게 언제냐”


2일 노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도로공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위한 교육소집을 무기한 연기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교육소집을 2월 중순쯤에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코로나19로 연기한다고 한다”며 “최근 공사측에서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수준인 ‘심각’단계에서 ‘경계’단계로 내려오면 교육소집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게 언제가 될 건지 어떻게 아냐”고 반문했다. 해고 요금수납원 A씨는 “차라리 도로공사측에서 직접고용을 언제까지 연기하겠다고 안이라도 내면 그런 줄 알 텐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온라인교육도 제안했지만 사측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공사는 교육 도중에 발령지 배치 문제 등으로 개별 면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는데, 개별면담도 전화나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도로공사 입장에선 (요금수납원들을 받아 주기 싫은데) 코로나19를 빌미로 미룰 수 있으니 ‘잘됐다’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9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요금수납원들은 생계곤란을 호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요금수납원들은 해고된 뒤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았는데, 실업급여 수급 최장 기간인 8개월도 지나서 이달부터는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배우자가 돈을 버는 경우는 그나마 생계를 유지해 가겠지만 가장인 분들 등은 특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요금수납원 대부분 서민층이자 최저생활비를 받는 분들로 생활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 같은 경우도 실업급여가 2월 초쯤에 끊겨서 한 달 들어가는 공과금과 생활비만 내려고 해도 그동안 모아둔 돈을 깎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 알바를 하기도 어렵다”고 한숨 쉬었다.

“도로공사, 요금수납원에게 소송비 청구”

한편 최근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이 법원에 제기한 정규직전환합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각건에 대한 소송비용을 당사자들에게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금수납원들은 “2018년 9월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에 대한 협의회 구성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부 노동자대표를 배제하고 자회사 방식 동의서 서명을 받았다”며 정규직전환합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같은해 11월 신청했다. 김천지원은 지난해 1월25일 신청을 기각했다. 소송비는 소송 제기자들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도로공사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240여명에게 500만원 정도의 돈을 청구했는데, 노조측이 추산하기로는 소송비용이 200만원 조금 넘는 정도로밖에 안 될 것 같다”며 “우리측 추산이 맞다면 1인당 1만원 정도의 돈을 청구한 건데 이 경우 우편 송달료가 더 나올 것 같다. 보복성 청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법원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준 마당에 굳이 소송비를 청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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