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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NO’ 물리적 거리 두기 ‘YES’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전방위로 강타하며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미증유의 바이러스 재난은 동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중남미·인도·미국·호주를 비롯한 세계 전역으로 확대돼 왔다. 이 보이지 않는 초미세 존재의 공포가 언제 종식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최악의 장기화로 인명피해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스웨덴에선 집단면역 방식이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면서 일상이 고스란히 파괴되고 있어 가장 우려가 크다.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유무형의 심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재난 시기 우울증이 증대하고 자살이 늘어날 수도 있으므로 백방으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취약계층 등 서민들의 삶의 토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국민 누구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운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자와 거대자본 중심의 경제성장과 이윤추구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치달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불평등의 역사> 저자 발터 샤이델 교수는 ‘세계대전, 사회주의 혁명, 국가붕괴, 전염병’을 불평등을 완화한 평준화의 4대 기사(Knight)라고 언급했다. 양적 경제성장에만 눈이 먼 인류가 이번 전염병 재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향후 감염병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전문가들의 예고대로라면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 체제를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담긴 대안사회, 또는 적정사회 논의도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해야 할 때다.

이 와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생산이 줄어들자 중국의 하늘이 맑아지고, 관광객이 줄어들자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가 깨끗해져 물고기가 몰려 왔다. 경제성장의 목적이 인간 삶의 질 향상이라면, 전염병이 가져온 바람직한 자연의 변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저 역설이라고 치부하고 말 것인가. 인간은 지구에 잠시 왔다 가는 존재다. 환경파괴로 다른 생물종을 절멸시킬 자격 따위는 없다. 자업자득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 겸허한 성찰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이기적인 인류에게 새로운 공존과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시행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의 용어로 자리 잡았다. 방역을 위한 적정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란 용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피해가 집중되는 취약계층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칫 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을 불러 올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만큼의 거리를 만들어 방역하는 전염병 시대의 거리 두기는 사람 사이의 친밀도나 인식과는 상관없이 오직 ‘물리적인 거리 두기’로 가야 마땅하다. 물리적인 거리가 일상적으로 멀어져야 하는 조건에선 사회적 연대가 더욱 요청된다. 사회적 연대의 튼실한 담보 없는 거리 두기는 오히려 국민의 생존과 생명·안전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세계보건기구(WHO) 신종질병팀장이 “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 계속 연결돼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방역거리 확보만큼 사회적으로 연대성의 회복과 유지가 필요하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 만물이 생동하는 초봄에 확진자 급증으로 바뀐 일상 속에서 우울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혐오도 도를 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생활과 사회적 관계망,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적 단절이 아닌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정신건강 또한 신체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물리적 거리 두기’도 제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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