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대란이 덮쳐 오고 있다. 생산·서비스 중단과 매출 감소를 이유로 한 무급휴업·휴직·해고가 잇따른다. 관광·항공·숙박음식업 등 위기 업종에 그치지 않고 피해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당분간 나오지 마라고 하고 심지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라고 얘기한다”는 주차장 근무 노동자, “코로나19로 손님이 없어 운영이 힘들다더니 당일 해고를 통보했다”는 식당 노동자, “회사가 두루누리 사회보험 신청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면 지원금이 끊길까 봐 ‘직접 사직서를 쓰고 나가라’고 압박했다”는 귀금속 가공업체 노동자까지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나온다.

노동자 피해 양상도 코로나19 초반 연차소진 강요에서 무급휴직·휴업을 거쳐 권고사직과 해고로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도산을 막겠다며 100조원 규모의 긴급기업구호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해고금지·고용유지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가 정부에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무급휴가’에서 ‘해고’로 노동자 피해 확산

민주노총이 지난 2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산하 상담기관을 통해 접수된 673건의 상담내용을 분석해 1일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자 피해사례는 153건이다. 상담 유형별로 보면 2월에는 주로 무급휴직(28.2%)과 연차강요(15.4%) 에 몰렸던 피해 상담이 3월 중순부터는 해고·권고사직(20.4%)으로 많아졌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코로나19 초기에 많았던 강제 연차사용과 무급휴가·무급휴업 사태가 길어지면서 해고·권고사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말이 권고사직이지, 강제퇴사 요구”라고 말했다.

실제 상담사례를 보면 기업들이 당일 해고통보를 하거나 사전 해고 방지를 위한 노력 없이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자동차부품회사 노동자는 무급휴가 동의서를 냈다가 무급휴가 기간 중 사직을 강요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최근 유급휴직 중이던 조리원·임상병리사·간호조무사 등 50여명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해 빈축을 샀다. 동산병원 조리원 이화자씨는 “병원에서 ‘감염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해 주겠다’며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업무에 복귀할 줄 알았는데, 보름 만에 문자메시지로 해고장이 날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5명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5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각종 휴가·수당 조항과 부당해고 제한 같은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가족돌봄휴가 적용 대상이어도 대부분 사업주들이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인건비 줄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김정봉 금속노조 종로주얼리분회장은 “주얼리 사업장은 격주 근무에, 임금 50%를 삭감하는 곳이 많다”며 “폐업한다고 직원을 쫓아내고 몇 명만 재고용해 몰래 공장을 돌리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고용유지한 기업만 지원해야”
한국노총 “해고제한법 도입하자”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생계절벽에 처해 있다”며 정부에 해고금지 대책을 촉구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해고가 창궐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 도산을 막겠다고 했는데, 기업 도산을 막기 전에 노동자 해고부터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재난 상황에서 해고금지 △해고금지를 전제로 한 기업지원 △간접고용 노동자 해고 관련 대책 마련과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해소 △고용유지지원금·실업급여 신청 요건 완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에 ‘해고제한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제도 요건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대량해고를 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안정 대책 요구’를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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