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시투자출연기관노사정협의회 주최로 ‘서울시 노동이사제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 노동이사제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연윤정 기자>

중앙정부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 대신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정부에서는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2017년 9월 서울연구원의 1호 노동이사 임명을 시작으로 전국 7곳(광주·경기·인천·경남·경기도 부천·부산·울산)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된 상태다. 특히 투자출연기관에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시행 3년차를 맞은 서울시의 경우 제도적 한계에도, 이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통해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안을 제출하는 등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노동이사제’ 한계 속 긍정적 효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노광표)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전국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 사례를 살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17개 투자·출연기관에서 23명의 노동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종업원 300명 이상 서울교통공사·서울시설공단 등 6개 기관에는 2명, 300명 미만 서울에너지공사 11개 기관에는 1명의 노동이사가 선출됐다.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이사회 인원 중 노동이사는 평균 10명 중 한 명꼴로 있다 보니 수적 열세가 한계로 꼽힌다. 노동이사의 권한도 제한적이다. 현행 서울시 ‘근로자(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상 노동이사가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다 보니, 이사회 부의권이나 심의보류(연기)권, 경영사항에 대한 감사 의뢰권, 경영정보 문서 열람권 및 자료제공 요구권, 임원추천위원회 참여권이 없다. 노동이사를 지원할 인적·물적 뒷받침도 취약하다.

이 같은 제도적 제약에도 노동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통과의례 내지는 만장일치로 결정되던 이사회가 토론을 하는 이사회로 체질을 개선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까지 닿지 않았던 현장의 목소리가 노동이사를 통해 전달됐다. 관행적이던 기관의 비정규직 채용·아웃소싱이 노동이사의 적극적인 반대로 중단되거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기관 규정상 입사 1년이 넘지 않아 출산휴가를 받지 못했을 때 노동이사가 기관 대표와 직접 협의해 문제를 해결한 일도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노광표 소장은 “서울시 노동이사제 시행 3년 결과를 보면 문제점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 경영참여로 민주주의 구현”

문제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으로까지 확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고, 100대 국정과제로도 선정됐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경영계와 보수야당 반대를 이유로 법 개정이 아닌 기관 내부 이사회 운영규정을 바꿔 시행할 수 있는 근로자 참관제로 선회했다.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배석해 참관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수자원공사·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장학재단 등 30개 공공기관이 근로자 참관제를 도입했다.

노광표 소장은 “정부가 법 개정안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의 이사회 참관제로 정책 수정을 한 건 공약 후퇴”라며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이사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도 부족한 마당에, 참관만으로 기관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매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노동자 경영참여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며 “직장 민주주의 구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의 핵심 의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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