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코로나19, 긴급재난생계비 지급 안내' 갈무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2천억원 중 절반을 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대상인 퀵서비스 기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2개월 지원하는 대책이다.

“코로나19 실태파악도 안 된 정부”

3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 사업 가이드라인’에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는 업황을 고려해 가급적 제외”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택배산업은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문제는 퀵서비스다. 퀵서비스의 경우 일반 고객보다 업무용으로 퀵을 이용하는 기업·소상공인 고객이 많다. 재택근무 확대·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퀵서비스 노동자의 실태조차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영일 전국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일거리가 30% 정도 줄고, 그에 따라 소득은 절반 가량 줄었다”며 “지난달과 이번달 순수익이 100만원도 안 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관광·여행사에 비자·여권 관련 서류를 배달하는 업무나, 면세점에 재고가 부족한 상품을 급하게 전달해 주는 업무를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로 콜이 줄었다”며 “모든 지역 상황이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지자체”

지자체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다. 광주시는 공식 블로그에 “시민들에게 특수고용직도 월 최대 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도 “택배기사·퀵서비스 기사는 업황을 고려해 제외한다”고 알렸다. 광주시 관계자는 “저희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노동부에서 받은 가이드라인을 올려놓은 것으로 수정할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인천시는 지난 26일 “(특수고용직·프리랜서 지원 대상에) 제외 직종이 있나요”라는 예상질문을 만들고 “택배와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업황을 고려해 제외된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긴 ‘무급휴직근로자, 특수고용·프리랜서 지원 FAQ’를 만들어 배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노동부 지침에 따라 그렇게 했다고 하면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라며 “노동부는 예시로 들어 준 것이고 지자체 결정에 따라 한 것”이라고 답했다.

“특수고용직, 통일적 지원 대책 필요”

최윤수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생계지원과 관련해서는 추정만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확한 실태조사와 현황에 기초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면 특수고용직의 경우 업종 구분 없이 소득 감소가 확인되는 모든 곳에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연맹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차 추경에 포함된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에 제시된 특수고용 노동자 생계지원 사업은 일부 지자체가 계획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며 통일적 특수고용 노동자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원칙은 지자체 사업이라서 지자체 형편과 상황, 여건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며 “노동부가 획일적으로 할 거면 지자체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으로 하면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지자체는 스스로 아직 사업을 설계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공식처럼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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