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

2월 말께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욱이 중환자를 치료할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사태라고 했다.

평소에도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중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며 대구지역 의료인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외면할 수 없었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중앙감염병병원으로서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대구의 상황을 알기에 2주간의 중환자 간호 의료지원을 결정했다.

대구로 중환자 간호 의료지원을 가자고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렵게 내민 손을 주저하지 않고 따뜻하게 잡아 준 24명의 간호사들이 있어 기운차게 11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대구동산병원에 도착한 후 교육·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나이트 근무부터 즉시 투입돼 일을 시작했다. 대구 현장은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일반병동 간호인력까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간호하기 위해서는 레벨D 방호복·덧신·장갑·고글·N95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고작 간호사 두 명이 방호장비를 착용한 채 40여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다.

땀이 비 오듯이 떨어지고, 고글은 바로 앞도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게 변했다. 이마에 살이 패이고, 코에는 멍이 들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고 소리 지르며 우는 환자도 있었고, 몰래 격리병동 탈출을 시도하는 환자도 있었다. 심리적인 치료와 지지가 필요한 분들이지만 우리 간호인력이 다가갈 수 있는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뚜렷해 가슴이 아팠다.

환자 도시락 배식, 경구 투약과 활력 징후 체크 등 기본적인 업무만 해도 시간에 쫓겨 종종거리면서 다녀야 했다. 입원과 전동으로 빽빽한 날은 방호복을 입은 채로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다. 이렇듯 부족한 간호인력으로는 시간별로 정해진 업무도 버겁다.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보살피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과 같은 의료인력 체계와 운영으로는 앞으로 발생할 국가적 의료재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임을 체감했다. 정부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의료인력 프로세스와 대책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구동산병원에서 2주 넘게 코로나19 전사가 돼 함께 잘 싸워 준 우리 간호사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다음날 언제 일하는지는 매일 늦은 저녁에야 나오는 근무표를 보고서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모두 살이 벗겨져 나가 상처투성이 얼굴이었다. 장비가 모자라 소독 후 후드를 재사용하기도 했다. 도시락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 격려해 주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우리 간호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