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CJ그룹 내 기업 콜센터 운영을 대행하는 CJ텔레닉스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콜센터 감염병 예방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연차휴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로 인한 업무·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했지만, 영업실적 압박 때문에 상담사들은 여전히 연차·병가 등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오후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지부장 김승진)가 서울 구로구 CJ텔레닉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텔레닉스 코로나19 대책 긴급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조는 CJ텔레닉스 콜센터 상담사 2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CJ텔레닉스는 LG헬로비전(옛 CJ헬로)·CJ대한통운·CJ오쇼핑 고객센터를 운영한다.

응답자의 89.2%는 개인목표, 일일목표 등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회사의 관리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 이후 68.4%의 상담사는 회사에서 연차·병가·조퇴·반차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공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A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던 상담사가 코로나19 확진을 받기 5일 전부터 의심증상이 나타났지만, 바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차·병가를 쓰기 어려운 콜센터 상담사 처지가 부각됐다.

김승진 지부장은 “실적 압박에, 콜수 압박에, 영업 압박에 10분 내로 밥을 먹고 다시 앉아 일해야 한다”며 “회사는 시키거나 강요한 적 없다고 말하지만, 실시간 공지로 응대율과 목표량이 체크되는데 이게 강요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비말 접촉이 우려되는 헤드셋·마이크 등은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 부산 CJ텔레닉스 한 센터의 경우 마이크와 연결된 1회용 커버가 한 차례 지급된 후 추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응답자 중 84.8%는 헤드셋·마이크의 1일 1회 소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전화기·헤드셋·마이크 등 비말 접촉이 우려되는 접촉면의 경우 1회용 덮개·필터 등을 사용하거나 수시로 교체하고, 1일 1회 이상 소독해야 한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J텔레닉스에 지난 5일 교섭을 요청했다. 회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노조는 “복수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일도 회사가 지키지 않았다”며 교섭을 촉구했다.

CJ텔레닉스 관계자는 “해당 실태조사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회사 전반적인 사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연차사용 제도는 제대로 마련하고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J텔레닉스는 콜센터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사와 다른 근무형태·근로조건을 가진 분들이 있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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