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9두5238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1. 대상판결의 개요

원고(근로자)는 부당해고를 당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뒤 원직복직명령 대신 금품지급명령을 구하는 것으로 신청취지를 변경했다. 그런데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정당한 해고라고 봐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그 뒤 원고는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소송 제기 이후 정년이 도과해1) 부당해고라고 인정돼도 원직복직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봐 각하했는데, 대법원은 대법관(13인) 전원일치로 아래와 같은 이유로 판례를 변경했다.

①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즉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부당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해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 역시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

②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의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양자는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므로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해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이유는 없다.

③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뿐 직접 노사 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과 형사처벌 등을 통해 간접적인 ‘강제력’을 가지므로 근로자로서는 해고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에 관해 위와 같은 강제력이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다.

④ 근로자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 민사소송을 통한 권리구제는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같은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민사소송과 별개로 신속·간이한 구제절차·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받고,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⑤ 기존 판례는 원직복직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의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

⑥ 기존 판례는 기간제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더라도 그 후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구제를 받기 어렵게 되므로 이는 기간제 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흠결을 초래한다.

⑦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30조3항에 따라 금품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기존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의 문제점

가. 기존 노동위 판정과 법원 판결

1) 노동위는 부당해고라고 판단되면 사용자에게 ①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명령(원직복직명령)과 ②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임금 상당액 지급명령)을 한다. 또한 2007년 1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는 ③ 원직복직명령 대신 금품지급명령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해 해고의 정당성에 관해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하거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돼 버리는 경우 △노동위 단계에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면 노동위는 “구제이익이 없다”고 봐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행정소송 단계(사실심 변론종결시)에서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봐 각하해 왔다. 각하이므로 위 두 가지 경우 모두 해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2) 위와 같이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① 노동위는 노동위원회규칙 60조1항6호(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이나 사실상 실현할 수 없거나 신청의 이익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를 들고 있으며, 초심 판정 이후 근로관계 종료 사유가 발생해 재심이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규칙 94조2항(중노위는 근로관계 소멸이나 사업장 폐쇄 등으로 초심의 구제명령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을 들고 있다2). ② 법원의 경우 행정소송법 12조에서 정한 “법률상 이익”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각 판결마다 구구절절한 이유들을 제시해 왔으나, 공통된 사유로 들어 왔던 것은 (금품지급명령만을 구하는 경우에도) 구제명령은 원직복직이 가능한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구제명령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해고기간 임금은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문제점

기존 판정 및 판례에 대해 매우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으나 대상판결 이유에 대부분 반영돼 있으므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한다.

1) 위 ‘가항’과 같은 법리는 근로자가 신청 혹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만 적용됐고 사용자가 제기한 재심신청이나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초심 혹은 재심 판정에 의해 사용자에게 부여된 공법상 의무(임금상당액 지급 의무 등)는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해서 소급해 소멸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공법상 의무의 당부를 다투기 위해 재심신청을 할 이익 혹은 소의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노위는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각하해야 한다3). 이에 대해 구제명령에 의한 공법상 의무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판례 입장이나, 결과적으로 구제신청 절차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간 사실상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2) 또한 위와 같은 법리는 대상판결이 근거로 적시한 바와 같이 “구제명령”의 범위를 원직복직만으로 협소하게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구제명령을 발령한 초심판정 이후에 근로관계 종료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중노위는 초심을 전부 취소하고 구제신청을 각하할 것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법 26조, 노동위원회규칙 94조2항에 의해 원직복직명령 부분만을 취소하고 임금상당액 지급명령 부분만 남기는 것으로 변경할 수 있으므로 노동위원회법·노동위원회규칙에도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3) 또한 다른 나라 사례,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제도와 비교해 보더라도 부당한 것이었다.

3. 대상판결의 적용 범위와 의의

가. 대상판결 사안은 구제이익이 아닌 소의 이익에 관한 사안이다. 양자의 개념이 같은지 여부에 대해 일부 논쟁은 있다. 그러나 판단 시점이 구제이익은 재심판정시, 소의 이익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같다고 보인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구제이익이 문제된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또한 대상판결은 구제신청 대상인 부당해고 외의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일체의 사유(예를 들어 정년퇴직·계약기간 만료·자진퇴사·적법 폐업)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 위 1·2항에서 본 바와 같이 기존 판정·판례는 신속하고 간이한 권리구제라는 노동위 구제명령 제도의 취지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은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13인의 대법관이 전원일치로 판결한 것인데 기존 판결의 문제점이 명확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늦었지만 노동위원회 구제명령 제도가 일부나마 정상화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각주>

1) 해고 이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로 정년 60세 규정을 신설한 것인데, 1·2심 및 대법원은 모두 그 유효성을 인정했다. 본 평석에서 이 쟁점은 다루지 않는다.

2) 노동위원회규칙 91조는 금전보상명령 초심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사망시 상속인이 그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는 규정도 두고 있는데, 근로관계 종료라는 점에서 보면 사망과 퇴직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는 노동위의 입장은 그 규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3) 중노위의 경우는 초심 판정 취소 및 구제신청 각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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