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박미진 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지부 사무장

2월1일 충청남도에서 공문이 왔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부족해지면 충청남도 4개 의료원 음압병상을 활용할 계획이며, 천안의료원이 4개 의료원 중 배정 1순위 예정이기에 기존 병상 가동을 중지하라는 내용이었다.

2월20일 감염자가 급증했고 보건복지부는 21일 병동 소개명령을 내렸다. 3일 이내로 전체 병동을 비우고 확진자 치료가 가능하도록 조치하라는 명령이었다. 사전 재난대비 훈련이나 지침 없이 처음으로 받는 소개명령이었다. 확진자를 받을 것이란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던 직원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연차가 낮은 간호사일수록 불안해했고 이 일로 퇴사할 거라는 우려가 병동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보건복지부는 26일부터 확진자를 수용하라고 지시했지만 동선 확보 등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조에서 문제제기해 가까스로 하루를 늦췄다. 27일 격리를 위한 벽 공사를 통해 직원·확진자 간 공간을 분리하고 동선을 확보하면서 늦은 저녁부터 확진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1주일간은 어수선했고 한 주가 지난 뒤부터 점차 안정이 돼 갔다. 천안의료원지부는 매일 현장을 순회하며 소통하려 애썼고, 많은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프(휴무) 하고 오니 감염병 전담병원이 됐다는 말에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거나 “두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가족이 생각났다”고 말하는 병동 간호사들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얼굴을 못 볼 것이며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꼭 하라는 말을 반복했다는 담담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

“자존감이 떨어져 숙소에 돌아가면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잠이 들 때도 있었어요.”

처음엔 입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던 보호복도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병동 근무자들은 환자들의 무례한 요구와 폭언에 노출돼 감정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물론 “고맙다. 수고한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한 번의 폭언이 두고두고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병동 근무자들은 근무 전 체온 측정과 증상 유무를 습관처럼 기록한다. 체온을 잴 때 혹시나 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직업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병동 근무자들은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사람들을 돌봐 줄까”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동료 간호사와 함께 이 시간을 견뎌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침해되며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심리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해서는 더 꺼리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어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 방역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조는 가능한 방법으로 현장 조합원을 만나고, 현 사태에서 노조의 역할을 강구해 나가려고 한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기관은 행정적·재정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병동 소개 등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손실보상과 위험수당, 예산지원이 온전히 이뤄질지 의문과 불안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덜고 환자 치료에 전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바란다.

여러 곳에서 응원 현수막을 보내 주셨다. 응원 현수막을 걸고 나서 경계하던 지역사회 인식의 흐름이 바뀌고, 여러 곳에서 지원물품을 보내 주시고 있다. 전담병원 현장에서는 응원과 지원물품으로 많은 위안과 힘을 얻고 있다.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원물품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응원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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