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천 명의 확진자와 100여명의 사망자를 내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는 추운 3월을 견디고 있다. 마스크며 위생용품이며 생필품이 동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는 유령도시가 됐다. 속수무책,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병원 현장은 총 없는 전쟁터가 됐다. 늘어나는 확진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하기 위해 병상 일부는 코로나19 환자만을 받는다.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확진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가 설치됐다.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겪어 바이러스에 대한 병원노동자들의 인식은 높아졌으나, 병원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인력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병동의 간호사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환자로 인해 잠은커녕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도 챙겨 먹기 어렵다. 간호업무 외에도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교감을 나누며 식사를 나눠 줘야 한다.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중증환자들을 돌봐야 하며, 감염 방지를 위해 소독과 청소도 해야 해서 체력이 많이 소비된다. 온몸을 덮는 레벨D 전신보호구를 착용하면 금세 몸은 땀범벅이 된다. 입고 벗는 것만 해도 땀이 한 바가지 흐른다. 얼굴에는 보호구 자국이 남고 두통이 뒤따른다.

보호장비 때문에 얼굴에 자국이 심하게 나서 그곳에 의료용 반창고를 붙인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자국이 나고, 그곳에 땀이 차고, 그 상태에서 또 보호구 착용으로 자국이 나고, 또 땀이 차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피부가 짓무른다. 상처를 돌볼 시간이 없어 반창고로 응급처치만 한 채 다시 현장으로 투입된다. 한 달째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다.

업무보다도,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미안하고 아이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간호사의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환자 접촉으로 인해 혹시나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읽혀서다.

지금 대구·경북지역에는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매일같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지원을 요청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온다. 부족한 것은 의료진뿐만이 아니다. 의료물자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방호복·보호장구는 물론이고 마스크도 부족해서 의료진들이 며칠씩 재사용해서 쓴다는 뉴스를 접한다.

매일매일 후원물품을 보내 주시는 고마운 마음들이 전해진다. 정성이 가득한 간식과 물품으로 현장에서는 감동을 받고, 어린이들의 손편지가 미소를 짓게 하고 가슴 뭉클한 편지가 눈물 나게 한다. 울며 웃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 갔다. 사람들끼리 만나 손을 맞잡고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악수도, 식당에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며 쌓는 정도 앗아 갔다.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는 학생들의 설렘도, 봄소식을 알리는 봄꽃을 보며 마음의 힐링을 하는 기쁨도, 스포츠를 하며 쌓인 피로를 푸는 즐거움도 코로나19에 빼앗겼다. 코로나19에 빼앗긴 것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일상이 깨진 것이다.

의료진으로서 코로나19와 맞서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임무다.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의료진을 향한 작은 배려가 큰 위로가 되고, 그 위로가 모여 견딜 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잃어버린 3월이 가장 따뜻한 봄으로 우리 마음속에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