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량 확보를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상수)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친 모양새다. 사실상 특별연장근로 여부를 결정하게 될 단위인 지부 확대운영위원회 상당수가 현 집행부를 견제하는 현장조직들로 꾸려지면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장 조합원들 속에서도 특별연장근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노사합의로 특별연장근로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지부에 현재 주 48시간(주 40시간+토요일 특근 8시간) 근무시간을 한시적으로 주 56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23일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된 울산공장 9개 사업부대표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기반을 두고 있는 현장노동자는 한 곳에서도 대표를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현장투쟁위원회(민주현장)이 세 곳, 금속연대가 두 곳,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가 한 곳, 새빛·자주회가 각각 한 곳, 무소속이 한 곳의 사업부대표직을 가져갔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는 지부 임원 6명과 울산공장 사업부대표 9명, 지역위원회 의장 6명, 감사 3명으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표결권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선출된 지역위원회(전주·아산·판매·정비·남양·모비스) 의장들도 절반은 현 집행부측이 아닌 현장조직에서 당선했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주요 사항을 확대운영위에서 결정하는 만큼 특별연장근로도 이 단위에서 결론 내리게 될 것”이라며 “표결 때 집행부가 과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이상수 지부장은 신임 사업부대표 당선자들과 운영위 간담회를 갖고 특별연장근로 관련 경과보고를 했다. 현 생산현황과 부품사 애로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에는 하부영·박유기·이경훈·이상욱 등 6명의 전임 지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한다. 25일 확대운영위원회 개최 전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물론 확대운영위 내 집행부 견제심리가 작동하더라도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리를 따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렵게 주 52시간 근무를 만들었는데, 다시 주말 없는 삶으로 돌아가야 하냐”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부 관계자는 “현장 조합원 반응이나 여론은 50 대 50”이라며 “현장 정서와 전직 지부장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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