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따른 전 세계적 실업대란을 우려하며, 각국 정부에 보다 과감한 정책을 주문했다.

IL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 세계에서 최소 530만개, 최대 2천47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고용추정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국장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보다 악화된 통계치가 나왔음을 암시했다.

이 국장은 “이쪽(ILO)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위기를 봤지만 이번 위기가 가장 두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3월 초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며 “고용과 노동소득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듯해, 직원들을 모아 고용추정모델을 업데이트했다. 그때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천만명 실업 정도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에 따르면 고용추정 작업을 마치고 난 이달 10일께 실업예상치는 500만명이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실업자가 2천20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해, 지난 18일 발표한 ILO 보고서에는 최대 2천5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넣었다고 이 국장은 전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했던 2천500만명 실업도 발표 당시 “이미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수치가 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제도 다시 추정모델을 업데이트했다”며 “결과가 너무 나쁘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최근 독일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약 200조5천억원 상당의 천문학적인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언급하면서 “기업도, 일하는 사람도 휘청이니 지금은 국가의 시간, 정부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정부를 ‘선장’으로 비유한 이 국장은 “(선장은) 조타수를 꼭 잡고 가야 한다. 폭풍우를 돌파하는 데 기름을 아낄 것인가. 파도에 부딪혀 부서질 갑판을 걱정할 것이냐”며 “승객은 선장을 바라보는데 선장은 승객만 바라보고 있으면 배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을 포함해 각국 정부들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정책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ILO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회안전망 확대, 노동자 고용유지 지원, 중소기업 관련 재정 확대와 세금감면, 적극적 재정정책 등을 주문한 바 있다. 노동경제학자인 이 국장은 2000년부터 ILO에서 근무했다. 2018년 1월 ILO 고용정책국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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